자녀에게 보다 나은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이민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나 이때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녀교육 뿐만 아니라 부모의 삶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30~40년 이상 살다보니 무언가 맘에 들지 않고 불합리한 제도나 관습도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필자는 이들에게 이민가려는 나라가 완벽한 만족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저 한국은 한국대로, 새로운 나라는 그 나라대로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민 수속대행이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민가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 이번엔 이민생활과 어울리지 않거나 또는 적응기간이 다른 사람의 두 배가 필요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1.밤의 황제 - 설 땅이 없다
대기업 부장으로 퇴직한 김충진씨(가명)는 캐나다로 이주한 뒤 밤마다 무료함에 지쳐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회식을 비롯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약속으로 밤시간이 짧다고 외치며 살았는데 캐나다로 온 지 1년이 지났지만 한국과 같은 술자리를 경험한 적이 한번도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에서 능력, 특히 영업을 담당하는 남성직장인의 능력이 술을 얼마나 잘 마시는지, 또 얼마나 접대를 잘 할 수 있는지에 의해 가늠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특이한 관습 속에서 30~40대 직장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술자리의 히어로가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이렇게 밤을 보내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술집들도 우리나라 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없고 '부어라, 마셔라'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술자리를 즐기던 히어로들은 이민간 후 밤이 무섭다고 한다.
2.술에 관대하지 않다
북미지역 사람들은 또 음주문화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귀한 소주'를 나누어 마시고 귀가하던 김충진씨는 기억하기도 싫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기분에 들떠 한국에서처럼 제목 불명의 노래를 열창하며 집으로 걸어오던 중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되었던 것이다.
이곳에선 음주운전은 말할 것도 없고 술을 마신 채 비틀거리는 사람을 신고하는 일이 종종 있다. 애주가라 해도 술병을 들고 다닐 수 없으며 편의점 등에서 술을 살 수도 없다. 지정된 판매점에서 구입한 술은 속이 보이지 않는 봉투에 넣고 다녀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처럼 술에 관대한 나라를 세계 선진국 가운데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3.눈높이를 낮추지 못하면 실패
캐나다 M 은행에 근무하는 최창선씨(가명)는 현지 이민사회에서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국내 3대 은행 중 한곳에 부장으로 근무를 했다. 하지만 그가 캐나다에서 처음 잡은 직업은 주유소 내 매점의 야간 시간대 판매원이었다.
주간에 재정관리에 관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 야간에 일을 하였다. 지금은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최씨는 1년 가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며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만족스런 이민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씨는 이민초기에 현지 경력(Canadian Experience)을 중시하는 고용주들의 성향을 알았고 눈높이를 낮추어서 일을 시작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또 성실함 덕분에 지인의 추천을 받아 현재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누렸던 생활과 사회적 지위에 연연하여 캐나다에서도 은행의 매니저만 고집했더라면 지금도 Part-Time Job으로 전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4.가정적이 못하면 빵점 남편
캐나다나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대부분의 40대 가장 중에서 '나는 가정적이다' 라고 자신있게 답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보살피는 것을 포함한 집안일은 대부분 아내 몫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거형태 또한 아파트 생활이 많아 집을 수리할 일도 없어졌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하우스(단독주택)에 사는 경우가 많고 잔디도 깎아야 하며 학교선생님과 상담도 많아 아빠가 가정적으로 변해야만한다.
한국에서 생활방식이 어떠했든 간에 부부끼리 또 자녀와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고 서로 고민과 의견을 이해하면서 차근차근 가정적인 아빠로, 남편으로 탈바꿈을 시도해야 함을 잊지 마라.
5.멋쟁이는 없다
요즘 경기가 침체 일로에 있다. 그래도 한국처럼 비싼 외제차와 수입옷이 잘 팔리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 캐나다나 미국 같은 나라들은 유행에 둔감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들이다. 좋은 차, 좋은 옷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누구도 알아주는이 없을 뿐더러, 알아주는 이 없는 곳에 사치의 흔적만 남게 될 뿐이다.
6.외국어가 싫다
이민이라는 주제 속에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으나, 우리는 일제치하에 일본인들이 한국어 말살정책을 지독하게 추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언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의사소통 기능 말고도 너무도 많은 중요한 기능과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나라에 이민을 가서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부모의 언어능력 향상을 자녀교육 이후 문제로 치부하는 일이다. 이민자들이 사회 주류에 속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그네들과 자연스런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다. 경제력만으로 승부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나라 언어를 배울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이민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지금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머리에서 언급했듯이 이민은 감정적으로 결정을 할 일이 아니다. 계획 없이 시작했다가 큰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항상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현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잃는 것을 미리 두려워하지 않고 계획과 노력을 통해 그것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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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만 되면 갈만 하겠는 데...
직업도 엔지니어고 술도 싫어하고 DIY는 좋아하는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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