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9일 화요일

6살처럼 생각하기 3

양말도 오른쪽, 왼쪽 발을 한 번에 신으면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옷을 입을 때도 한 번에 두 팔 모두 집어넣어 입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실패했는 데, 그 때마다 짜증이 났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차근차근 한 팔씩 입고 벗는 걸 기다릴 수가 없었다.
만지면 상처가 덧나는 데도 자꾸 나았는 지, 얼마나 까칠한 지 계속 만져서 더 아파지곤 했다.


거울을 보면서 얼마나 빨리 달리면 거울이 내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할 까?
얼마나 빨리 움직이면 그림자가 내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할 까?
고민해 봤다.


손바닥만한 작은 장난감 차동차에 어떻게 하면 탈 수 있을 까 생각도 해봤다.
내 몸이 개미만해지면 어떨지, 내가 아주 작은 것까지 볼 수 있게 되면 어떨지 생각해봤다.
쉽게 넘을 수 있는 문지방이 개미들에게는 얼마나 큰 절벽이고 언덕일지 생각해봤다.


어떻게 하면 100원짜리 요구르트의 알루미늄 봉합을 깔끔하게 뜯을 수 있을 지,
PET병의 포장지를 뜯을 수 있을 까도 생각했다.


방송국에서 스튜디오에 뛰어들면 방송사고 날 텐데,
사람들은 왜 스튜디오를 습격하지 않을 까도 생각해보고..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하고 노래는 부르면서
그렇게 좋다면 왜 이런 쉬운 방법을 통해 나오려고 하지 않는 지 궁금했다.

댓글 3개:

  1. 내가 6살 때는 TV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궁금해서 브라운관을 깼어. 아무것도 없더라고. 대신 어머니한테 무지하게 맞았지. ㅜ_ㅜ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릴 정도로. 그 이후로 호기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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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6살짜리 꼬마가 깨기 쉽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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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무언가 TV에 집어 던져서 깼는데. 뭘 집어던졌는지 생각이 안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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