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일 수요일

[기사]'믜'字 순한글 이름 곤욕

(::행정전산망,'완성형코드'입력시스템 때문에...::)

‘눈썰미’라는 뜻의 순우리말 이름을 갖고 있는 서설믜(여·20) 씨는 ‘서설 므 ㅣ’라고 적힌 오타가 난듯한 주민등록증을 사용 하고 있다.

정부 부처가 지난 86년부터 현재까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대형 전산시스템이 한글 완성형 코드를 사용하고 있어 ‘믜’자 등 일 부 글자를 인식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서씨가 전산망에 이름 등록이 안돼 겪는 불편은 한두가지가 아니 다. 최근 서씨는 여권을 발급받는데 한바탕 소동을 겪어야 했다.

외무부에서는 “이 이름으로는 여권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회 신을 보내왔다. 사정 끝에 여권은 나왔지만 ‘미’자에 밑에 ‘ ㅡ’를 볼펜으로 표기한 우스꽝스러운 여권을 갖게 됐다. 은행에 서는 어쩔 수 없이 ‘서설미’로 표기된 통장을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실명과 달라 보험에 들 수 없으니 재판을 통해 이름 을 바꿀 것”을 권유 받았다.

서씨는 이외에도 인터넷으로 접수하는 각종 시험에서 ‘믜’자 인식이 안돼 불편을 겪기도 했다. 서씨는 “이름을 외국어로 지 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며 “국어사전에 엄연히 나와있는 단어이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만큼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으로 이름에 ‘믜’자나 ‘븨’ 자가 들어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주민과 최정몌씨는 “믜, 븨뿐만 아니라 국제화 시대 를 맞아 귀화하는 사람들이 원래 쓰던 이름을 쓰고 싶어하는데 현 시스템으로는 퓽, 뮹등 조합이 안되는 글자가 있어 문제가 있 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책이 시급하지만 표준코드 선정은 행 자부 소관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현재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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