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7일 수요일
[기사]뇌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
뇌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중앙일보 박방주 기자] '태어난 이후에는 뇌 세포가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 '머리가 크면 지능도 높다' '평생 뇌의 10%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이들은 뇌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다. 세계 뇌 주간(3월 15~20일)을 맞아 뇌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잡는다. [편집자] ◆뇌 세포 재생 안 된다=뇌 세포는 수천억개다. 신경해부학의 대부로 통하는 산티아고 라만 칼할 박사는, 뇌 세포는 사람이 태어날 때 생겨난 그 숫자만큼만 가지고 평생 살아간다는 신경 독트린(Neural Doctrine)을 주장했었다. 이는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뇌 세포는 태어나자마자 서서히 숫자가 줄어든다고 사람들은 믿었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즉, 뇌 세포도 재생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미국 살크연구소 프레드 게이지 박사는 쥐 실험을 통해 뇌신경줄기세포를 찾아냈다. 이는 뇌 세포가 망가지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낸다. 뇌신경줄기세포가 발견된 곳은 기억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해마, 척수액이 차 있는 뇌실 주변부, 신피질 등이다. 뇌신경줄기세포의 수는 적지만 뇌를 다쳤을 경우 어느 정도 자연치유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뇌 세포는 재생되는 것이다. 과학기술부 뇌연구사업단 김경진 단장은 "뇌 세포는 스트레스나 마약성 물질에 의해 죽는다. 심한 스트레스가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운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공부를 하게 되면 뇌 세포의 증식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이 역시 쥐의 실험으로 밝혀진 것이다. 쥐에게 장난감이나 쳇바퀴 등 놀이기구를 많이 주면 뇌 세포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주면 뇌 세포가 죽어갔다. ◆머리가 크면 지능이 높다=사람들이 머리가 크면 지능도 높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 동물과 사람을 비교하면 코끼리의 머리는 사람의 몇배나 크지만 사람보다 똑똑하지 않다. 사람들끼리도 마찬가지다. 천재인 아인슈타인의 뇌도 일반인들의 뇌보다 월등히 크지 않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유언에 따라 사망하자마자 꺼내져 연구됐다. 이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의 뇌는 무게가 1230g으로 일반인의 평균(1400g)보다 가볍다. 사고작용을 맡은 대뇌피질도 여느 사람보다 얇았다. 대뇌의 주름도 단순하고,주름 하나하나의 길이도 짧았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완석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예에서 보듯 지능은 머리의 크기보다는 뇌신경이 얼마나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한국인이 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설문을 통해 처음 조사하기도 했다. ◆뇌 기능 10%만 활용='평생 10% 정도의 뇌 기능만을 사용한다'는 물음에 10명 중 8명꼴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김완석 교수의 조사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만큼 뇌에 대한 오해가 많은 '틀린 상식'이다. 사람들은 뇌의 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한다. 심장에서 보내는 혈액의 30% 이상을 사용할 정도로 중요한 뇌의 기능을 10%만 쓴다면 그런 낭비가 없을 것이다. 뇌 중에는 눈곱만큼만 다쳐도 생명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곳도 있다. 뇌 중 일부에 이상이 생기면 길거리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기억이나 논리적 사고 등에도 큰 장애를 일으킨다.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뇌의 기능은 쓰면 쓸수록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 '인종에 따라 지능 수준이 다르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머리가 더 좋다' '태아에게 클래식음악을 들려주면 머리가 좋아진다'등은 근거없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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