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5일 일요일

영재반

  지난 6년간 잊고 있었던 중학교 때 시절을 떠올려보면

  광주시 과학관에서 운영하는 영재반이라는 게 있었는 데.

  정말 엄청난 충격이었다. 모두에게..

  사실 과학고나 KAIST 진학할 때보다 훨씬 대단한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문과, 이과 구별도 없었고 시험을 봐서 광주에서 제일 잘 한다는 친구들을 모두 모아논 곳인데.

  광주시 학원가의 팜플렛에 적혀있는 이름은 모두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수능 상위 0.1%나 외국 유학, 의대생, 법대생도 대부분 그들이다.

  글쎄 이 집단보다 뛰어난 엘리트 집단은 세상에 전국 올림피아드 계절학교 정도일 듯 한데.

  그렇다고 해도 올림피아드는 특성 한 과목만 가지고 뽑은 집단이라서 의미가 다르다.

  중학생인데도 고등학교 문제를 수업시간에 배우고 거기서도 상위권 친구들은 대학 1~2학년 전공책 중

  에 쉬운 것도 일부 다루었다. 교사들은 모두 과학고 선생님들.

  그 중에 1/3 정도는 과학고에 갔고 다른 친구들도 일반고에 갔는 데. 대부분 좋은 대학에 간 것 같다.

  치마 바람도 엄청나서 통학버스를 빌려서 학원 투어를 하면서 매 시간 다른 학원과 강사진 속에서

  5:1 정도로 수업 듣고 주말에도 학원에서 공부하는 애들이 무지 많았다.

  거기서 비록 나도 불성실하게 다녔지만 가장 뛰어난 애들은 다 의대에 가는 바람에

  과학고에서는 상당히 쉽게 적응을 했던 것 같다.

  대부분 성적에 대한 집착이 엄청 강했고 (학부모, 학생 모두) 괴물들이었다.

  학교 수업시간에 가끔 전설처럼 얘기해주는 선후배, 동문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실화다.

  중학생인데도 다들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아이들.

  이 나라에서 가장 표준적이고 빠르게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뭘 해야 되는 지 아는 애들이었다.

  무협지로 치자면 천마신군급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정신건강에는 매우 안 좋은 집단이다. 숨이 막혀오고 열등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엘리트라는 것의 모든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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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을 오랜만에 꺼내보니.

  내 불면증을 이루는 불안 중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 집단 속에 있으면서 감춰왔던 불만이 참 많았다.

  말은 안했지만 반항적이었고 불성실했고 그 집단이 싫었다.

  매일 통학 버스 안에서 영어 단어를 10개씩 외우고 수학문제를 풀고.

  뭐 1년간 난 한 번도 외운 적이 없었다. 그냥 학원에서 매일 꾸중을 들었다.

  매일 차속에서 외치는 그들의 법대찬양가, 의대용비어천가.

  대게 그 친구들 부모님도 의사, 변호사, 교수, 부유한 사업가 이런 분들인 듯 한데.
  (아닌 분도 있지만 인식이 그렇다.)

  그렇게 중1~3학년은 주눅들어서 살았다. 실제 영재반은 3학년 때만 다녔었지만.

  덕분에 고등학교 때 과학을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그런 무서운 친구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게 머리 속에 박혀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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