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남이 만든 source code를 들여다보고 있다.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시체해부를 하면서 인체를 배우는 것 처럼
프로그래머도 남이 만든 source code를 보면서 배워야 한다.
아무튼 시체해부만큼 꺼림직한 부분이 많다.
신이 인간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도 참 아리송하지만 (부품 설명서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아무튼 다른 사람이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짜 놓은 것도 그렇다.
해부학자들도 설명서가 없으니 해부를 통해 reverse engineering
지들이 만들어서 책도 쓰고 제자들도 가르치고 한다.
이번에 보는 소스가 딱 그 짝이라 정리된 문서가 없다.
일단 메스 같은 툴들이 많이 있으니 헤집어 놓긴 했는 데.
어디부터 봐야할 지.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끈적끈적한 피처럼 흘러내리는 macro들이 손등을 적시고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처럼 지혈되지 않은 수많은 파일 나부랭이들이 온 디렉토리를 뒤덮고 있다.
방금 잘라낸 손톱이 어느 쪽 손의 몇 번째 손가락에 붙어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것 처럼
지금 보고 있는 함수가 어디다 쓰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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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의대생은 인턴, 레지 할 때 도제식으로 욕 먹으면서 배우면
평생 배부르게 사는 데.
컴퓨터도 도제식으로도 배우기는 하지만.. 이게 맨날 새로운게 나와서 슬프다.
만약 의대였다면 매년 새로운 모양의 메스가 나오고 사람의 뼈 갯수가 늘어나고
5년이 지나면 새로운 장기가 생겨나는 등..
(심장 옆에 심술보가 생겼다든지. 대뇌 바깥쪽에 콘크리트 벽이 한 겹 더 생긴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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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새롭고 재미있는 걸 갈망하는 공돌이지만.. 그래도 변화는 두렵다.
문서 없는 소스코드도 시체해부처럼 지저분하고 기분 오싹해...
답글삭제자다가 꿈에 나올 까 두렵고 누가 이게 뭐냐고 물어봐도 대답하기 꺼림직해.
솔직히 해부학책 하나 없이.
답글삭제그냥 모양만 보고 심장이 피를 펌프하는 데 쓰는 건지 쉽게 알 수는 없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사고(생각)은 심장에서 이루어지고 뇌는 쓰레기라고 생각했으니까.
소스코드만 보고 어디에 쓰는 건지 알아내는 것도 비슷한 삽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