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4일 토요일

의대생들

Kids에서 의대 본과 3학년 마치고 자퇴해서 공대에 들어간
아저씨의 글을 읽었다.
(며칠전에 수면 무호흡증 같은 걸로 돌아가신 아저씨다.)


국내 교과과정이 무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대보다 훨씬 하드코어했다.
보수적인 집단이라서 다른 과보다 교수나 조교들도 더 엄하고
냉정한 직업이다.


공학자들도 사람보다는 기계, 숫자, 문서만 만지니까 딱딱해 질 수 있지만
부드러운 사람이 되기를 많이 권장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들을 그렇게 대하기가 쉽지 않다.
친절은 좋은 거지만 생명이 죽어가는 데 마낭 웃을 수도 없고
정들었다가 죽어버리거나 더 악화되면 돌이킬 수가 없다.
부담감이 너무 크다.
그리고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도 당황하면 안된다.


창의적인 것도 거의 필요가 없다.
정해진 instruction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같은 일만 매번 반복, 숙달하는 게 군인같다.
절대 실수를 해서도 안된다.


반대로 동네 병원이라면 너무 재미없다.
매일 10~20명의 사람에게 같은 말만 반복한다.
"감기군요."
"편도선이 부엇군요."
"큰 병원에 가세요."
"내일 다시 와요."
"하루 3번 식후 30분"
"소금 가글링을 하세요."
"다음 환자"
"숨을 크게 들어 쉬어요."
"숨을 멈춰요."
처방하는 약도 5~6가지 정해져 있다.


자기 한 몸 아프거나 주위에 아픈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우울한데,
아픈 사람만 매일보면 참 슬플 것 같다.


시체해부, 독극물실험 같은 것도 너무 끔찍하다.
공포 영화에서나 보는 것들을 수업시간에 해야 하다니.


그렇게 힘들면서 돈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직업도 얼마든지 있다.
투잡스를 하든지, 과외를 많이 하든지.
주식, 부동산, 고시, 자영업 이런 것들도 그 정도 공부하면 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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