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6일 목요일

첨밀밀

좋아하는 영화라서 여러번 봤다.
여명과 장만옥이 고향을 떠나 도시인 홍콩에 와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밑바닥부터 쌓아 올라가고
서로에게 의지해서 우정, 사랑을 키우는 영화다.


대게 자기 고향이 아닌 곳에서 살게 되면 다들 그런 느낌을 받는 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여기가 어딘지 길을 걸을 때도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집과 회사, 집과 학교만 왔다갔다 한다.
저 언덕 너머에는 뭐가 있을 지 궁금하고도 하고
주말이면 더 심심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차츰 익숙해지면서 편해지고 성공도 하게 된다.
첨밀밀에서는 여명의 자전거 실력이 향상 되고 나중에는 차와 집을 사는 것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들도 변한다.
여명은 원래 정혼자가 고향에 있었는 데,
돈을 벌고 나서 결혼을 하려고 혼자 상경을 했다.
결국 고향 처녀도 홍콩에 와서 꿈을 이루지만 그는 변했다.
처음 홍콩에 왔을 때는 시골 사람인 것을 감추기 위해 사투리도 줄이고,
영어도 배우는 데, 나중에는 완전히 홍콩 사람이 되버린다.
그래서 부인과는 어색한 관계가 되버리고, 홍콩에서 자신과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장만옥에게서 오히려 고향(향수)을 느낀다.


여명이 예전에 패스트푸드점 포장지에 편지를 써서
정혼자에게 편지를 많이 써보냈는 데,
정혼자에게는 멋진 추억이지만, 여명은 가난한 시절의 아픔으로 기억된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의 추억을 떠올렸던 것들이
이제는 도시에 올라와 어려웠던 시절을 추억하는 것으로 바뀐다.


그 영화의 모든 사람은 고향을 떠나고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다.
장만옥도 여명과 같은 날 고향을 떠나 도시에 왔고,
장만옥과 장만옥의 남편이 되는 조직 폭력배 두목도
다시 홍콩을 떠나 미국으로 간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나도 비슷한 것 같다.
서울에서는 매일 대전 이야기를 하면서 살았지만
그곳에서는 다시 서울 이야기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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