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8일 토요일

뱅글뱅글 돌기

6살 때부터, 어쩌면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가장 많이 하던 행동은 방안을 계속 도는 것이었다.(Run around)
돌면서 생각하고 또 돌고 돌고..


한 30바퀴 쯤 돌고 나면 엄마가 와서는
"현성아, 어지럽다. 그만 돌아라."


그 다음에는 쇼파 위에서 뛰기(Jump up and down).
쇼파 위에서 먼지나게 뛴다.
쿵~ 폴짝~ 쿵~ 폴짝~


이것저것 다 해봐도 심심하면 테이블 밑으로 들어간다.
바닥에 줄을 긋고는 "여기는 내 땅"
테이블을 잘 모으면 그 아래 공간은 동굴(cave)이나 이글루(igloo)처럼 된다.


새해가 되면 부모님이 어디서 받아온 달력들을 온 방 가득 붙어 버린다.
방마다 2개씩 못이 박힌 곳이면 모두 가서 걸어 놓는 다.


매달 말일이 되면 번개처럼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달력을 한 장씩 뜯는 다.
키가 닿지 않아서 커튼을 치듯 달력 아래 쪽을 잡고 뜯는 데,
이상하게 뜯어지고, 손이 종이에 베이고 달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맥가이버를 보고 젓가락으로 문 따는 법을 연습하느라
우리집 쇠젓가락들의 허리를 모두 꺾어버리고,
가구 뒤에 빈 공간으로 돌아다니다가 가구가 넘어져서 부서지기도 한다.


집 밖 문을 열어주는 전기 스위치는 190Cm쯤 되는 높이에 있는 데,
누군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면
유모차와 가구를 사다리 삼아서 2번 기어오른 후 점프해서 클릭하고 뛰어내린다.


TV도 하루 종일 봤다.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방송 3사의 모든 프로그램을 알고 있었다.
신문이 오면 TV program란 부터 오렸다.


그 때 한참 광주 시내에 있는 모 갈비집 CF가 많이 나왔는 데,
동물원 비슷하게 장식된 갈비집에 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고
앵무새도 나왔다.
그 CF를 보고 세상 갈비집에는 다 앵무새가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앵무새를 보기 위해 갈비집에 가자고 조르기도 했다.
'고기도 안 먹는 녀석이 갈비집은 왜 가자고 할까?'
물론 나는 고기를 안 좋아해서 냉면만 먹었을 테지만.


내 자신의 용기를 증명하려고 계단을 2~3칸씩 뛰어내리기도 하고,
난간을 타고 내려오기도 했다.
준법 정신이 투철해서 무단 횡단도 잘 안하는 데,
친구들에게 용기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단 횡단도 감행 해야 했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뛰는 거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 2층에 있었는 데, 정원과 마당이 있었다.
마당 구석에는 배수구가 있었다.
작은 공을 가지고 놀 때면 항상 그 배수구로 공이 빠져서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요구르트 병을 모아다가 배수구를 막아버렸다.
다음 주 주말 아빠가 마당을 물청소 하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녀석이 배수구를 요구르트 병으로 막아놓은 거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