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내게 묻는 다.
"넌 왜 늦게 퇴근하니?"
"회사가 좋니?"
뭐 회사에서 일을 시켜서라거나 일중독증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생긴 습관과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 학교와 집의 개념이 모호하다.
동료와 친구, 가족의 개념도 모호하다.
룸메이트는 동료이면서 친구이고 가족이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면서 일종의 부모, 보호자다.
대학에서는 더 모호해 졌다.
고등학교 때는 공강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수업시각을 구분으로
기숙사와 교실이라는 활동영역이 나뉘어 졌지만
대학은 수시로 공강이니까 어느 시간에든 교실이나 기숙사에 있을 수 있다.
자취생이라서 집이든 회사든 거의 비슷하다.
회사에서도 작은 큐비클 속에 살지만 집에서도 그렇다.
컴퓨터도 똑같이 1대씩 있고 설정도 똑같이 되어 있다.
따뜻하게 맞이해줄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룸메이트나 팀 동료 모두 같은 연령대에 전공도 같고
심지어 회사도 같다.
그래서 집과 회사의 경계가 별로 없다.
가진 물건도 별로 없어서 집이든 회사든 비슷하다.
직업관 때문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도 그렇고, 내 자신의 직업관 때문이기도 하다.
일, 공부(자기개발), 놀이 간의 구별이 모호하다.
회사 일이 때로는 공부가 되고 놀이가 되기도 한다.
공부가 취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물론 재미도 없고 자기개발에도 도움 안되는 일은 싫어한다.
프로그래머는 다른 직업과 달리 회사에 가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
과거의 직업들은 회사에 가야만 일을 할 수 있었다.
관리자는 직원들을 모아 놓아야 했고,
비서는 사장 옆에 있을 때 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실험 과학자, 공학자는 실험 도구가 비싸고 크거나 다루기 어려운 경우
연구실에 가야만 연구가 가능했다.
집에서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는 대부분의 도구가 집에도 있다.
서버에 접속할 수도 있고, e-mail을 확인할 수도 있고,
팀원과 대화할 수도 있다.
PC는 매우 General한 도구라서 일을 할 수도 있고, 놀 수도 있다.
게임용 도구와 업무용 도구가 같다.
100년 전 사람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카드는 놀이기구이고, 펜은 업무용 기구이지 그 반대는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일중독과도 다르다.
집에서 회사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과거 집안일로 분류되는 일을 할 수 있다.
가계부를 쓸 수도 있고, 친구와 대화하거나 신문을 보거나
채팅방에서 노닥거릴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회사와 집의 분위기라든지,
복장도 그리 다르지 않다.
어디서든 복장이 자유로우니 퇴근 한다고 해서 더 편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직장의 감시, 규제가 심해진다면 당연히 일찍 퇴근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집과 회사의 거리도 가깝다.
집 주변 환경을 공유하고 있다.
(둘 다 삼성동이고 코엑스 옆이다.)
지하철, 버스처럼 교통수단이 두절되지 않는 다.
늦게 들어간다고 해서 교통이 두절될 걱정이 없으니
원하는 때 들어간다.
정리해보면 내 삶은 ubiquitous하다고 해야 할까?
유목민(nomad) 같다.
혼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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