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8일 토요일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이제는 사장님이시지만 다른 사장님들처럼
배 나오고 뒷짐지고 다니면서 물도 안 묻히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간섭한다고나 할까.
매일 3곳의 현장 중 두 곳은 돌아보고 오시는 것 같다.
외모로 봐도 너무 말랐다. 배가 나올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시골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서 실업고등학교를 나오셨다.
공부만 했을 것 같아 보이시는 데,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하시고
군대에서는 태권도 교관을 하셨다.


아버지는 재주꾼이다.
주말이면 뭐든 뚝딱뚝딱 하나씩 만드신다.
그냥 낮잠을 주무시는 주말도 많지만,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나무 하나를 놓고 생각만 하고 계신다.
세상에서 질문이 제일 많은 아들이 물어봐도 절대 안 가르쳐 주신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과묵하신 분이다.
(나는 집요하게 물어보고, 아빠는 철저하게 침묵)
물건이 완성될 때까지는 뭘 만들 생각인지 절대 안 가르쳐 주신다.
사실은 그냥 창 밖을 보고 계신건지, 뭔가를 만드실 생각인지 조차 알 수 없다.
몇 시간 지나면 어디선가 주워온 나무, 판자, 못, 망치를 이용해서
신발장이 만들어 지기도 하고, 평상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아파트로 이사 온 뒤로는 그런 것을 만들 공간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고향집에서 주말에 가서 만드시는 것 같다.
그리고 아빠의 현장에서 하나씩 만드시겠지.
아빠는 직업과 취미가 같은 사람이라서, 공사 밖에 모른다.
집 짓고, 울타리 치고, 제방, 댐 쌓기.
아무튼 내가 생각을 하지 않고는 못 사는 것처럼
아버지는 뭔가 만들지 않고는 못 사시는 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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