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5일 화요일

[소설]토요일 - 헉슬리

화창한 토요일의 하이드 파크.
연인들은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고 아저씨들도 오래된 아내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들고 행복으로 넘치는 날씨다.

초라한 몰골에 다 헤어진 구두, 싼티나는 양복을 신은 총각.
그는 지독한 말더듬이이고 월급도 쥐꼬리만 해서 사람들을 사귀지 못한다.
그의 유일한 낙은 매일 혼자 하이드 파크를 돌아다니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돈많은 과부를 우연히 만나 그녀를 돕고 서로 정이들어 결혼하는 것.
물에 빠진 그의 아들을 구하기도 한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에게 멋지게 말을 걸어
서로 위로하고 잘 사는 해피엔딩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던 그는 어떤 아름다운 두 여인을 몰래 쫓아가게 된다.
마치 스토커처럼 그녀들이 하는 말을 몰래 엿들으며 새로운 상상을 한다.
그녀들의 개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그 개를 구해주고
자신은 부상을 당해서 보상으로 그들과 친해지고 결국 결혼을 하는 것이다.

하늘도 감동했는 지, 정말로 개가 다른 개와 싸움이 붙었다.
마침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잽싸게 뛰어들어 손이 다치는 것에도 불구하고 개들의 싸움을 말린다.
그의 생각처럼 모든 것이 진행되었지만 그는 너무나 심한 말더듬이었고
제대로 씻지도 않은 몸이었기 때문에 결국 그녀들은 그에게
동정처럼 1파운드를 주고 급히 사라져 버린다.
그는 멋지게 1파운드는 필요없다고 신사답게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너무 긴장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바보처럼 돌아와 버린다.

궁시렁거리면서 그 때 했어야 했던 일들을 다시 상상해보지만 언제나 상상 속에서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해는 저물고 길거리를 걷다가 지독하게 못생긴 창녀를 만난다.
그는 그녀를 피하기 위해 결국 낮에 받았던 1파운드를 다시 던져주고 그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라져 버린다.

불쌍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냉혹한 현실보다는 그처럼 상상 속에서라도 행복해 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상 속에서는 말더듬이도 없고 멋진 신사가 되고 미망인을 만나 부자도 되고 파티에서 여인들과 함께 웃을 수도 있으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