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라서 그런지 고물상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고, 사실 우리 부모님도 약간 그렇다.
뭔가 버린 물건들을 잘 주워와서 고치면 뭔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우리 집에는 어항이 하나 있다.
보통 어항이라면 유리로 만든 둥근 어항이나 직육면체의 표준적인 어항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우리집에 있는 거는 절구통이다.
절구통 윗쪽 절반의 구를 떼다가 (어떻게 뗐을까? 원래 반쪽짜리인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물을 부어 금붕어를 키웠다.
뭐 나름대로 멋지긴한데, 문제는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너무 무거워서 절대로 어항을 청소할 수가 없다.
어떻게 아파트 n층인 우리집까지 가지고 왔는 지 조차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 외에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뭔가 가져다가 뚝딱뚝딱 만드신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아버지는 원래 건축, 토목하시는 분이니까, 나무로 의자나 평상, 상자, 신발장 쯤은 잘 만드신다.
어머니도 배게를 뜯어서 쿠션도 만들고, 이불도 만들고, 내가 초등학교 때는 자수로 병풍도 3 set쯤 만드셨다.
둘째 이모와 함께 레이스, 털실을 가지고 커텐도 한 5세트, 자동차용 시트도 10인용쯤은 만드셨을 꺼다.
그래서 한 때는 집안에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주방용 뜨거운 것 잡는 장갑, 신발 주머니, 복주머니, 앞치마 등..
아직도 그 때의 것들이 일부 남아있다.
사서먹으면 되는 딸기쨈이나 포도즙, 붕어즙, 환약(온갖 약초를 말리고 쪄서 비비탄 크기로 빚은 것), 돈까스(사먹는 거랑 상당히 다른), 피자(이탈리아식도 아니고 맨하탄식도 아니고 동네 케잌식도 아닌 케찹맛이 진하게 나고 단맛이 나는 특이한 피자)...
이런 궁상맞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나도 약간 그런 사람인것 같다.
점점 만드는 것보다 사서 쓰는 게 익숙한 자본주의적 사람으로 변하고 있지만
가끔은 ara에서 중고 물건도 나오고 재활용품으로 뭔가 주워오려는 충동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반대로 물건을 쉽게 버리지도 못하고 경제활동에 약하기도 하다.
(경제적 선택보다는 내가 정이가는 물건을 만들고 사고 고치고..)
사실은 오늘도 우리 층에 버려진 의자에서 부품을 몇 개 빼왔다.
작년에 얻은 듀오백의자에 원래 나사가 하나 부족해서 나사를 탐내다보니,
결국 등받이와 목받이도 떼왔는 데, 어디에 써야할지는 모르겠다.
왠지 창고에 쌓아두면 쓸 곳이 있을 것 같아서..
이리저리 찾는 데 별로 쓸 곳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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