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집이라고 하면 꼭 100년 전의 물건일 것만 같지만
나는 기와집을 본 적도 있고, 거기에서 자본 적도 있다.
어렸을 때, 외가가 광주로 이사오기전 승주(순천 근처, 주암)에 있을 때는 거기도 기와집이었다.
화장실도 수세식이고 우물도 있고 돌담도 있고 개도 키우고
뽕잎을 먹는 누에를 치는 방도 있었다.
근처 뽕밭에서 잎을 따다가 누에에게 먹이기도 하고
할머니, 증조할머니께서 누에실도 뽑고 삼베를 물레로 돌려서 삼베옷도 해서 입으셨다.
외양간에 소도 있었던 것 같고 화장실도 재래식이었다.
논에서 돌아오는 할아버지의 수레에 올라타서 동네를 돌기도 하고
개울가에서 수영도 했었다.
(사실은 겁나서 허리보다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개울가 옆에 빨래터도 있었고 외가에 가려면 항상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아무튼 그 큰 기와집은 이제 외가가 아니지만 사실 친가도 지금도 기와집이다.
친가는 좀 더 읍내에 가까운 곳에 있어서 시골 분위기가 덜 났던 것이 사실이다.
주변에 양파 공장도 있고, 국도 1호선이랑 버스 정류장이 가까운 편이라서 말이지.
대신 친가에는 지금도 우물도 있고 문도 창호지로 발라져있다.
몇 년전까지는 기와 지붕 밑에 까치도 살았는 데, 지금은 모르겠다.
(음, 지붕 내부 구조는 기와인데, 슬레이트로 일부는 바꿨던가..)
그리고 잔디도 잔뜩 심어서 놀러갈 때마다 잔디깍이 기계로 깍아 줘야 한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교외주택 단지처럼 매번 잔디를 깎아야 하는 게 참 귀찮지만 기계로 밀고 다니면 재미있기도 하다. (처음 한 번은 재미있지..)
초등학교 때까지 살던 우리집은 2층짜리 양옥이었지만
옆 집들은 절반은 기와집이었다. 지금도 그 동네 가보니 기와집이 몇 채 남아있었다.
어렸을 때는 '참 불편하겠구나.'라고만 생각했는 데,
지금은 보니 다들 가정집에서 한식집(음식점)으로 변신을 해서 장사도 잘되고 좋은 것 같다.
광주 도심 근처에 오히려 기와집이 남아있는 것 같다.
동명동이라든지, 구동 실내체육관 뒷쪽.
울 아버지 회사 건물 뒷쪽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도 기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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