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했던 해가 아닌가 싶다.
(유럽여행이랑 미국여행의 재미와 훈련소의 악몽은 빼고)
회사 생활도 1년쯤 되서 익숙해지고 월급도 꼬박꼬박 들어오고
본격적으로 문화생활에 돈도 많이 쓰기 시작했다.
출근할 때는 수영장이나 헬스장을 거쳐서 출근하고,
퇴근할 때는 현대백화점과 서점을 한바퀴 둘러보고 오곤했다.
강남 한가운데 코엑스를 하루 3번씩 가고,
교양서적을 30권 이상 읽었다.
전공서적도 읽지는 않았지만 30권은 샀다.
비싸게 돈주고 머리도 깍아보고 백화점 옷도 혼자 사입어보고 말이지.
머리에 헤어왁스도 바르고 소개팅도 했었다.(했었나?)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 대박나면 부자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었다.
등산화까지 사가지고 주말에 관악산, 북한산, 수락산도 올라다니고
맛있는 빵도 많이 사먹었는 데.
주식투자하다가 돈도 좀 말아먹고.
회사근처 음식점도 돌아다니고.
부잣집에 장가가지 않는 이상 35살까지 (혹은 평생)
다시는 그런 동네에서 못 살 것 같다.
사무실 전망도 정말 좋았는 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36층 창가.
영화 '야수'보니까 나오더라. (유지태 나오는 그 영화)
워낙 유명한 건물이라 영화에서 종종보곤한다.
여유가 있어서, 일본어 공부도 하고 주말에는 영화도 실컷 봤었는 데,
평생 그렇게 살 수 있다면 그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겠지만
그게 그렇게 길게가지 못할 것 가더라구.
몇 달전에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분(사실은 인사팀에 계시던 분)을 만났는 데,
프로그래머 그만두고 공부한다고 하니까 잘했다고 하시더군.
그 때는 프로그래머가 얼마나 좋냐고 칭찬하시더니,
상황바뀌니까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신 것 같다.
그 분도 지금은 다른 회사에서 일하신다.
...; 맛있는 빵을 많이 사 먹었다 하시는 부분이 제일 부럽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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