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1일 일요일

명절

앞으로 몇년간 명절 연휴가 모두 3일이라는 데,
어쩌면 내겐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투덜이 스머프 모드로 들어가서)

친척들도 거의 오지 않는 시골에서 3일간 모기를 100마리 잡고,
피를 20mL쯤 그들에게 수혈하고, 물이 새는 벽에 기대어 전국노래자랑과 명절 특선 명화(이연결, 성룡 혹은 나홀로집에)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군대에서 말하는 칼잠이 뭔지 참 궁금했었는 데,
훈련 다녀와보니 내가 명절마다 자던 그 패턴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게, 이불수가 사람수보다 적기 때문에 일찍 누워야 배게를 차지할 수 있다.

지난번에는 벽에 기대고 있다가 벽지가 등에 붙어버렸다.
고등학교 기숙사랑 거의 비슷하게 물이 새고 있었다.
기와지붕이라서 가끔 새곤 한단다.

문이랑 창도 창호지 한겹으로 되있어서 겨울에 무지 춥다.
보일러를 세게 때서 바닥은 불가마인데.
단열창이나 문으로 바꾸고 보일러를 적게 때는 게 이득 아닐까 싶다.

아버지나 작은아버지께서 배게나 이불수를 채우기 위해 가끔 몇 개 가져오시는 데, 할머니께서는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그만큼 버리신다고 한다.
물론 1년의 360일을 혼자 계시니까 그렇게 많은 이불이 필요 없겠지만
1년에 1주일을 거기서 지내는 나는 상당히 난감하다.
10명이서 쓸 수건도 한 개 밖에 없다.

아버지는 그럼 노트북을 가져가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 데,
인터넷이 안되는 데, 가져가서 뭘하게..
동생들이 고장내거나 게임 복사해달라고 조르지 않으면 다행.
나는 전산과면서도 정말 게임은 안하는 데, 어디서 구해달라는 지,
아버지는 게임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가끔은 사촌동생들에게 게임을 복사하라고 명령하시곤 한다. 어쩌라는 거지;;

따뜻한 물도 안 나오는 데, 보일러를 틀면 뜨거운 수도꼭지에서는 뜨거운 물이 나오고 찬 수도꼭지에서는 얼음물이 나온다. (이것도 고등학교 때 그랬던가?)
화장실도 재래식인데, 밤에 불이 잘 안 켜진다.
내가 갈아드렸으면 하지만 내가 거기 있는 1주일 동안은 항상 주변 가게도 닫는 다. (명절인데 쉬어야지.)
슈퍼가 열긴하던데, 유통기한 지난 과자만 파는 것 같다.

그리고 명절마다 항상 사고가 하나쯤 발생하기 마련이다.
성묘가는 길이나 마당에 있는 작은 정원에 커다란 벌집이 생기곤 하는 데,
아버지는 꼭 자신의 손으로 그걸 없애려고 하신다.
119에 신고하면 공짜로 안전하게 제거해 준다고 말씀 드려봤는 데 소용없다.
아버지의 시민의식으로는 그런 일로 소방관을 부르는 일은 자존심이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다.
평균 2.5방 정도 벌에 쏘이시고 된장 두 수저로 사건을 마무리 하신다. 물론 벌집도 제거.
2년에 한 번은 작은 아버지께서 옻이 옮으신다.
나무를 베다가 그러실때도 있고, 아니면 옻닭을 먹다가.
가구에나 칠해야할 옻을 왜 음식에 발라 먹는 걸까?
(역시 의대는 피부과가 전망이 있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은 옻닭을 많이 먹으니까..)

아무튼 대자연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나는 말이지 체질적으로 1m^2당 풀이 5포기 이상 심어져있는 구역에서는 두드러기가 나고
우물물을 2컵 이상 복용하면 설사를 하는 체질이라서 말이지.

이번설에도 불효자식 소리 한 번 듣고 서울에 남아야겠다.
수험생인데 좀 버텨봐야지.
솔직히 이제는 나보다 어린 사촌동생들은 거의 명절에 시골에 오지 않는 다.
졸업이나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약간 난감하기도 하고 말이지.


댓글 2개:

  1. ㅋㅋㅋ 니 이야기는 왜케 웃기냐. 바쁜일 있다고 걍 당일로만 다녀오던지.. 나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시면 누가 오라고 하지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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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성은 근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우리 집안의 전통 명절 같은 때는 적용이 안되더라.;;

    그런 날이 오면, 울 아버지는 3년간 삼베옷만 입고 움막에서 사실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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