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일 월요일

어른이 되면

8살 때 어른이 되면 뭐가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소박한 몇가지 것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거의 다 이루었는 데, 뭐 특별한 소원은 아니었으니까.

1. 운전면허증
어른이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니.
근데 있으면 뭐해, 차가 없는 데..

2. 커피(coffee)
엄마가 커피는 어른들만 마시는 거라고 절대 안된다고 했다.
뭐 요즘은 부엌에 설탕과 함께 한 가마니씩 있다.
한 번에 다 타먹으면 치사량을 넘을 만큼..

3. 샤프, 제도기구
초등학생은 연필로 글씨 연습을 해야지 샤프를 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이제는 연필이 더 귀하다.

컴퓨터가 있으니 모양자나 제도자도 필요없다.
중학교 때 기술시간에 제도실습이 있었는 데 아주 끔찍했다.
나는 직선 긋는 것도 너무 못하는 것 같다.
(심지어 포토샵으로 그어도 잘 안된다.)

4. 장난감
레고를 몇 박스사서 원하는 건 다 조립해보고 싶었다.
살 수는 있는 데, 귀찮아서 안 한다.
초코파이 먹으면 나오는 집도 가끔은 조립 안하고 그냥 버린다.

5. 밤새기
착한어린이라서 9시면 졸음이 쏟아져왔었다.
밤새 기다리면 뭔가 다른 세상이 보이는 줄 알았는 데.
이제는 밤샘 절대 안하는 직업을 갖는 게 소원이 됐다.

6. 컴퓨터 구입
이 소원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루어 졌으니 가장 빨리 이루어진 셈이다.
그 당시 영화에 나오는 컴퓨터 쓰는 아저씨들이 하는 모든 짓을 다 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도 되고, 일기도 쓰고, 인공위성 사진도 볼 수 있으니까.
미국 애들 웹사이트나 블로그도 들어가고.

7. 워크맨
나도 원하는 음악 맘대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부터 열심히 테잎을 복사해서 듣고,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들으니까
제목만 알면 100만곡 내에서 5분 안에 들을 수 있다.
서랍 안에도 라디오가 2개, 어학용 워크맨이 1개 굴러다니고 있다.

8. 대학, 과학자
대학 졸업하고 과학자가 되는 것 같은 게 꿈이었다.
3년 전부터 졸업할 수는 있었지만 안하고 있다.
연구소도 지금이라도 technician 같은 걸로 들어갈는 있지만
그 꿈도 역시 3년 전에 접었다.

9. 해외여행
사실 이건 그냥 불가능한 쪽에 두고 있었는 데, 어처구니없게도 작년과 올해 다 해치워버렸다.
작년에 굳게 맘먹지 않았다면 30살 이전에 동남아도 못 가봤을 지도 모르겠다.

10. 내 방
나 혼자 쓰는 방도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지게 됐다.
그래봤자 그 방에서 공부도 한 번도 안하고 맨날 거실에서 TV나 봤지뭐.

11. 안경
그 때는 한 반에 안경쓴 친구도 거의 없었고 TV에서도 지적인 사람들만 안경을 쓰고 다니니까 나도 쓰고 싶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눈이 나빠져서 이제는 없으면 화장실도 못 간다.


그 때 원했던 건 거의 다 가지고 있는 데도 여전히 우울하지?
뭔가 바라는 건 더 많아졌다.


댓글 1개:

  1. 여자저차 해서 링크에 링크를 타다가 우연히 왔습니다 -



    ...

    2,5,11 번에 너무 공감해서 글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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