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7일 수요일

가벼운 사이

한국사회와 서양사회를 비교하자면 가벼운 사이가 없는 것 같다.
한국사회는 그냥 아예 모른척 하거나 아니면 매우 친해져야 한다.
마치 거기에 사람이 있는 것 같지도 않게 인사조차 하지 않던지,
아니면 매일 밥을 같이 먹고 수업도 같이 듣고 함께 돌아다녀야 한다.
여러가지면에서 미분화된(여러가지가 함께 엮이는) 사회이다.
길가는 사람에게 아는 척하거나 버스에서 누구에게 말 걸기도 참 어색하다.
한 번 친해지면 언제든 돈도 빌려줘야 하고 운명을 함께 해야 할듯한 그런 사람들이다.

반면에 서양사람들은 사실 더 쉽게 말을 걸 수 있다. 버스나 기차에서 그냥 어색하게 가는 걸 더 거북하게 여기는 것 같다. 가볍게 어딜가는 지, 뭘하는 지 이야기를 더 잘 꺼낸다.
취미가 맞으면 금방 모였다가 서로 갈 길이 다르면 금방 헤어지기도 쉽다.

예를 들면 한국은 친구들끼리 모이면 밥부터 먹어야 하고, 술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밤에 지쳐서 돌아와서 오락도 같이 하고, 찜질방에서 밤도 새고(아님 스팀 속에서 잠들던지). 이것들이 모두 set 메뉴로 진행된다.
미국은 2시간 영화토론이라고 정하면 딱 2시간 하고 가면 된다. 포커 게임도 모여서 치다가 바쁘면 1시간 만에도 가고 원하는 만큼 즐기고 떠날 수 있다.
(모든 집단이 그런건 아니지만 경향적으로)

문화의 근본적인 모습인 것 같다.
한국음식은 모든 반찬과 양념이 한 세트로 섞여야 맛이 나고
서양음식은 전부 따로 볶고 삶아서 먹고 싶은 만큼 덜어먹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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