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9일 금요일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 그냥 혼자 조용히 앉아서 며칠이고 생각할 수 있는 방학에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몽땅 일하고 저녁에 시간이 1~2시간 났을 때나 시험기간에 삶의 목적이나 방향이 더 뚜렷해진다.


아무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


. 어느 도시에서 살았으면 하나?
서울에 살았으면 좋겠다.
소음에는 약한 편이지만 환경오염에는 강한편이라 하늘이 뿌연건 별 상관없다.


. 서울 어디?
직장 근처면 좋겠지만 지하철 역만 가까우면 되지 않을 까?
(물론 역세권이 인기라서 좀 비싸다.)


. 그럼 직장은?
사실 집만큼 직장이 편한 곳이면 좋겠다.
코엑스 살아보니 참 좋더라.
강남에 있는 직장들이 역시 일하기도 좋고 놀기도 좋다.
출퇴근 길에 사람 만나기도 좋고 뭐든 사가지고 들어오기도 좋다.


. 집 크기는?
혼자 산다면 절대 큰 곳은 필요없다.
기숙사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고시원만 아니면 살 것 같다. 5~6평 되는 원룸.
침대도 없는 게 낫고 책상도 아주 간단하고 큰 탁자나 큰 밥상이면 된다.
(허리를 생각하면 큰 탁자가 좋겠다.)


내가 자긴 취미 중에는 큰 장비가 필요한 것도 없다.
점점 불어나는 책이 걱정이기는 한데.
e-book으로 교체해 나가야 겠다.


나 혼자 생각은 결혼하고 애를 하나만 낳고 방 2개, 거실 1개.
15~24평이면 되지 않을 까?
요즘 세상 다들 맞벌이하고 애들은 놀이방, 유치원, 학원 다니는 데, 뭐가 큰 게 필요하지?


집이 작으면 TV가 작아도 된다.
컴퓨터만 있으면 TV, 오디오, 비디오 전부 대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TV도 필요없군?;


. 차는?
차도 가장 작은 4인승 국민차 같은 거 사서 장볼 때나 가지고 다니면 된다.
출퇴근은 역시 지하철이 최고.


. 세상이 네 맘대로 될까?
역시 문제는 그거다. 그래서 30평짜리 집과 고급승용차, 강남교육열 이런게 있는 거지.
control하기 힘든 많은 문제가 생기겠지.


제맘대로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이전해버리는 직장.
야근 시키는 직장 상사.
큰 물건과 가구를 사버리는 마누라.
집이 작다고 징징대는 애.
동창회 때마다 성공한 친구들이 와서 지르는 염장.
덜컥 몇 억을 줘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 가족.


. 뭐가 되고 싶나?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뭘해도 그냥 해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몇 년 전에는 뭘해도 못하겠다는 생각이었는 데.


문제는 '뭘해도'.
뭐든 상관없으니 어떤 걸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남들에게 명령하고 싶다기보다는 남에게 명령 받고 싶지 않아서
지위가 높든지, 독립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 삶에 만족하는 가?
대학 3학년 때까지는 삶이 뭔가 불안했다.
그 이후부터는 만족해 버린 것 같다.
'만족'보다는 '충분'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수도 있겠다.
단지 물리적인 공간이나 의식주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든 '발언권'이 있었으면 좋겠다.
('권력'을 원하는 건 아니고.)


내가 예측하는 대로, 혹은 바람직하다고 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권력과 약간 다른 점이라면 내가 모든 것을 신경쓰거나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가는 것.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내 자신이 이상적인 사회 시스템의 일부가 됐으면 한다.


한 편으로는 그렇고.
항상 뭔가 지루하다는 생각도 자주한다.
누군가 문제를 만들었을 때, 옆에서 수습하는 일도 가끔은 재미있다.
여자친구가 생기든지, 결혼을 하든지, 그 후에 애를 낳든지 하면
그런 건 엄청나게 늘어나겠지?  다른 모든 문제를 덮어버릴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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