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7일 월요일

인테리어 - 병원

좋은 병원이란 물론 잘 낫게 하는 병원인데,
사실 약이라는 것도 도매로 나오는 거, 그냥 처방해서 파는 거고
작은 질병이면 의사가 할 일은 별로 없다.
눈, 코, 귀, 입보고 피검사, 소변검사, X-ray하고 청진기로 소리듣고,
온도재고.. 책에 나온대로 처방하면 끝이다.


병원답지 않은 병원을 만들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좋은 것 같다.
일단 병원은 겁이 난다.
가면 알콜 냄새가 진동하고 피냄새도 날 것만 같다.
새 하얗고 오래 기다리고 공포스럽다.
꼬마들도 들어가기만 하면 운다.


강남에 있는 병원들 중 일부는 상당히 인테리어 같은 걸 잘 하는 것 같다.
정말 병원 같지 않고 좀 더 편한 분위기다.
보석상이나 고급 유치원, 커피점 같은 분위기다.


간호사나 의사가 뛰어다니지 않고 소리치지도 않는 다.
주사 바늘이나 은색 용기, 약통들을 필요할 때 외에는 보이지 않는 다.
대기 할 때 그런 것들을 보면 불안 하니까.


일단 조명이 밝으면서 하얗지 않다. 약간 노란색 조명을 쓴다.
포근한 분위기를 많이 준다.
싸늘하지 않고 난방을 잘해서 따뜻하다.
음악도 커피점처럼 조용한 클래식을 틀어서 마음을 가라 앉힌다.
딱딱하고 협찬 받은 싸구려 나무 벤치 대신 폭신한 sofa와 쿠션이 있다.
공기 청정기와 가습기를 항상 틀어서 습도도 맞춘다.
알코올이나 소독약 냄새가 나지 않게 탈취제, 방취제, 방향제를 가볍게 쓴다.
간단한 차도 준비해서, 커피, 녹차 정도를 마실 수 있다.
꼬마들을 위해 막대 사탕도 준비한다.


지루하지 않게, 책, 잡지, 신문, TV도 있다.
신문은 흩어지지 않고 편하게 호치키스도 집어 놓는 다.
간호사 외에도 전문적이고 편안한 상담 도우미가 따로 있다. 양복을 입고 앉아있다.


청소도 잘해야 하고 그냥 시멘트 바닥은 차가우니 카펫을 깔면
발자국 소리도 나지 않고 포근하다.
카펫은 사실 비싸고 카펫보다 저렴하게 사무실용으로 까는 게 있다.
요즘 좋은 빌딩 사무실들은 다 깔려 있어서 조용하다.


Computer를 이용해서 환자를 관리한다.
Chart는 잊어 버리기 쉽고 글씨를 갈겨 쓰면 나중에 알아 보기도 어렵다.
개인 신상, 약물, 부작용, 복용시기, 기간, 통증 부위 등을 자세히 기록한다.
Network을 이용해서 다른 의사나 병원의 다른 방과도 연동된다.
X-ray, MRI 등 많은 검사의 Image, graph를 스캔해서 저장해둔다.


그리고 병원이라면 원래 하는 기본적인 것들도 있다.
약물(예방주사), 진단기(X-ray, 내시경), 자가진단, 건강검진안내,
건강상식 등을 벽에 붙여 놓는 다.
그래야 보고 좋은 상품 있으면 환자와 같이 따라온 사람들이 이용한다.
그런건 어느 병원이든 있고 약품 업체에서 다 준다.
저울, 혈압계, 온도계 등은 기본 비치해서 쓸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병원에 오면 심심해서라도 한 번씩 그런 걸 이용한다.
(특히 혈압계)


대형 병원이라면 쉬운 길 안내, 이정표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매점을 좀 정비할 필요가 있다.
독점이라서 그런지 아주 구리다.
차라리 편의점을 하나 입점시키는 게 낫지,
70년대 시골 터미널에 딸린 매점처럼 맛없는 과자만 허름하게 배치해 놓고 지저분하다.
도저히 뭔가 사먹고 싶은 생각도 안들고 먹고 싶은 건 절대 안 판다.


그리고 좀 다른 이야기인데,
잘되는 병원은 예약을 받는 다.
예약을 받으면 의사 선생님이 좀 더 바빠보이지만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보이고 권위있어 보인다.
또한 환자도 대기할 필요가 없다. 제 시간에 바로 치료 받으면 된다.
예약시각 1~2시간 전에 문자 메시지 혹은 전화를 걸어서 예약을 잊지 않게 해주고
치료 후 다음 날 안부 전화를 걸어서 아픈 곳이나 더 불편한 곳은 없는 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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