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9일 수요일

세대 차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과의 생각차이가 세대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단순히 세대차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게 문화적 시차에서
오는 것이니까 맞는 것이라고 본다.


분당 50도 안되는 타이핑 실력에도 자신이 컴퓨터 고수라고 생각하시는 아빠나
전자기기는 꺼놔도 전자파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엄마.
마치 컴퓨터를 핵 폐기물 다루듯 한다.
내가 프로그래머가 된 것보고
가끔은 아들이 곧 암으로 죽을 것을 걱정하시는 것 같다.
(물론 암 걸릴 확률이 2~10배 높아 진다고는 하지만 방사능처럼 10만씩배 높아지지는 않는 다.)


부모님들은 '여자들은 원래 남자보다 조금 멍청하고, 학교 선생님이나 되면 성공한거고, 시집 잘가면 된다. 암탉은 설치면 안된다.' 라고 생각하실 때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건 아닌데,
가끔씩 생활하다보면 그런 사고를 가질 때가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보다는 평등하니까.
자신들이 '완전히 평등하다. 우리는 선입견도 없고 전혀 차별이 없다.'라고 생각하신다.


아들이 아직도 하드웨어 딜러 같은 사람이라서 컴퓨터 부품 조립도 뚝딱하고 물건도 싸게 사올꺼라고 믿으신다.
프로그래머와 A/S기사가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직도 10살짜리 꼬마로 생각하실 때도 많다.
사주는 옷만 입어야 하고, 용돈 안 받아가면 서운해 하시고,
염색하고 오면 날라리 취급을 받질 않나.
동창들 중에 여자 애들도 있기 마련인데,
사귀는 여자친구냐고 물어보고 말이지.
고향 집에 계속 산다면 영원히 어른이 못 될 것 같다.


자본주의나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신 것 같다.
아무튼 집에 다녀올 때마다 세상으로부터 10년씩 후퇴되는 것 같다.
보험을 들 때도 뭔가 약관을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주위사람들이 들어달라면 아무거나 하나씩 들고, 가끔 신문기사보고 '묻지마 주식 투자'도 하시는 것 같다.


고교 평준화 된지 오래라서 인문계 고등학교는 다 같은 데,
(광주일고나 전남고, 경기고, 휘문고 등..)
아직도 명문고등학교가 있어서 그 학교를 다녀야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나..


대학 서열이 학교 중심에서 학과 중심으로 바뀐 것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예전에는 서울대 거의 모든 과가 조선대보다 높았지만 이제는 조선대 치대 같은 곳은 서울대 하위권 학과보다 어려운데.
신문도 잘 안 보시는 것 같다. 특히 사업하시는 아버지께서 신문을 잘 안보시는 것은 걱정이다. 전라도 건설업계 사정은 물론 매우 잘 아시는 데, 그 외 사회가 돌아가는 전반적인 것들은 잘 안보시는 것 같다. 표면적인 사건들만 기억하고 있고 세부사항은 잘 모르시는 듯.


'제 3의 물결', '피터 드러커 - 프로페셔널의 조건', '잭 웰치 - 끝없는 도전과 용기' 이런 책도 추천해드리고 싶은 데, 독단적인 세대라서 그런지 한참어린 자식들의 조언은 안 들으시는 것 같다.


권위적인 세대라서 나같이 새파랗게 어린 사람의 말은 절대 안 들으신다. 혼자 너무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과거를 사시는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냥 귀를 닫아버리신다.
마치 사오정 같다. 진지한 대화가 불가능하다. 절대 경청을 안 하시니까.


사실 25살이라고 해서 법적, 경제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 완전히 어른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자꾸 애 취급하면 언제 어른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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