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7일 월요일

The one

어린 시절, 명절을 생각해보면
뭐 재미있게 놀거나 한 기억은 별로 없다.
손자 대에서는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아서 '큰 손자' 대접은 많이 받았다.
용돈도 많이 받는 편이었으니까.


아무튼 주로 사촌동생들 군기 잡아서 조용히 시키고
혼자 조용히 채널 선택권을 가지고 TV 만화나 보는 말년 병장과 같은
생활을 했다.


나야 뭐 사실 사촌동생들이 뭐하고 놀든 상관이 없었는 데,
아버지께서 항상
"너는 큰 손자니까, 동생들을 잘 책임져야 해, 그러니까 애들 조용히 시켜.
 떠들면 모두 네 책임이야. 솔선수범하도록 해"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군기반장 역할을 주로 했다.
그리고 발랄한 성격도 아니니까 사촌동생들과 놀지도 않고 말이다.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해라."


지금도 사촌동생들이 생각하기에 어린 시절 가장 무서운 사람은
아버지와 나일 것 같다.
그냥 단지 사촌동생들이 많은 게 부담되고 귀찮았다.
'녀석들이 없으면 아버지께 기합을 받지도 않고 그냥 편하게 TV 만화를 볼 텐데'
'내가 이 피덩어리들을 데리고 도대체 뭘 해야 되지, 아 유치해. 내 짬밥이 지금 몇 그릇인데.'
하는 생각 뿐이었다.


고독한 일인자의 삶을 10여년 살고 났더니,
다음부터는 삼촌들, 고모들도 다들 바빠서 시골에 잘 안 온다.
사촌 동생들도 중학교만 가도 공부시킨다고 혹은 다른 곳 놀러갔다고 안 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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