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2일 토요일

이등병 조교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게, 이등병 조교인 것 같다.


보직중에 제일 안 좋은 게 조교다.
훈련병보다 잠도 적게 자고 매번 같은 훈련을 받고
쉬지도 못하고 옷도 더 얇게 입는 다.
실수하면 안되고 훈련병들에게 마저도 감시당하는 존재다.


훈련병은 어리버리한게 당연해서 용서가 되는 데,
이등병은 용서도 안된다.
훈련병은 내무실 모두가 동기라서 내무실에서는 편한데,
이등병은 내무실 모두가 상관이라 입도 뻥끝 못한다.
훈련보다 내무실이 더 살벌하다.


훈련병은 이등병만 봐도 쫄고 고개를 숙이는 데,
이등병들은 훈련 때가 오히려 낫다.
내무실에서는 완전히 바보인데,
훈련병이 있으면 그나마 지휘관 대접을 받는 다.


그리고 이등병들이 훈육분대장 대신 훈련병들 내무실에서 잘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자기 내무실에서는 자기가 막내라서 부동자세인데,
훈련병들 내무실에 들어오면 왕이 되니까.


행군 때도 이등병 조교가 그랬다.
"니들은 쓰러지면 누가 부축해주니까. 행복한 거다."
"너희가 쓰러지면 우리는 죽는 다. 너희가 쓰러지면 우리가 업고 가야 해. 제발 낙오하지 말아라."


어리버리해서 3~4주차 되면 훈련병에게도 무시당한다.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뭔가 어수룩해서 대답을 못해주고 머뭇거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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