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3일 일요일

성실성의 환상

가장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조직 답게 군대에서도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각자가 맡은 바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국가를 수호 할 수 있습니다."
"각자 맡은 일도 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한 단 말입니까?"
"이렇게 작은 일도 하지 못하는 데, 어떻게 더 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회사에서도 평사원에서 CEO까지 오르는 길을 보여주고
레벨 테스트를 10~100번쯤 통과하면 된다고 무슨 이상한
tech-tree같은 걸 보여주곤 한다.
공무원 호봉 테이블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9급 공무원 평생해도 대통령이 될 수 없고,
이등병으로 시작해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
기껏해야 5급 공무원이나 상사, 원사가 될 뿐이다.


중간에 도약을 하거나, 단계들을 건너 뛸 필요도 있다.
모든 단계를 성실히 밟아서는 거의 도달 할 수가 없다.
모두 관료주의적 환상일 뿐이다.
이론적으로 한 200년은 걸린다.


고시를 봐서 5급부터 시작하든지,
인권 변호사나 운동권이 되서 사회에 투쟁하든지,
차라리 연예인이 되어 얼굴을 알리는 게
대통령이 되는 훨씬 빠른 길이다.
CEO나 회사 임원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평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임원들 마저도
조직의 모든 계단을 밟은 건 아니다.
자기가 직접 회사를 차리거나, 몇 단계를 건너뛰는 도약을 했다.
망해도 보고 성공도 해보면서 부도도 나고 인수, 합병도 하고
하면서 도약을 해서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성실하게 모든 계단을 밟아서는 날아오를 수가 없다.
아무리 달리기가 빠르다고 해도 육상 동물은 새가 될 수 없다.
처음부터 하늘을 나르겠다고 생각하고
다리의 힘이 아닌 팔의 힘을 길러야 팔이 날개가 될 수 있다.
다리는 아무리 해도 날개가 될 수 없다.
팔을 날개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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