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9일 토요일

[기사]2008년 2만달러 달성의 허구성

[오마이뉴스 박일한 기자]지난 27일 산업자원부는 얼핏 보기에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세계 속의 한국 경제 위상'이라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내용인즉, 한국의 GDP규모가 세계 10위이며 수출규모는 세계 9위라는 것과 무엇보다도 2008년경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갑자기 2008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가능하다고 밝혀 논란이 된 이후 다시 내놓은 정부의 공식적인 전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2004년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1만4100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1만6900달러가 예상된다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내년엔 1만8189달러, 2007년엔 1만9576달러를 기록하고 2008년엔 마침내 2만1068달러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았다.


장기화된 내수침체, 심각한 청년 실업 등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눈앞에 바싹 다가 왔다는 얘기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작년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2010년, 늦으면 2012년이나 가능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는 선진국 경제로의 진입을 의미했다. 이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세워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까지 달성을 위한 국가 전략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2010년까지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선 안정된 경제 리더십이 보장돼야 하고, 200개의 세계 1등 상품이 필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10개 이상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있었다. 신성장 산업을 10개 선정해 국가적 차원에서 꾸준히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 들어있는 등 과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뿐만이 아니라 학계 등 전문가 그룹 중에서도 3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갑자기 한국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전문가들은 2만 달러 조기달성 전망엔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보다 환율 등 외부적인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율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달러로 계산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국민소득이 자동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김범식 박사는 "2만 달러 조기 달성 전망은 환율 효과가 가장 크다"면서 "성장률이 4% 수준을 유지하고, 물가가 연평균 2.8% 상승하며, 환율이 2005년 1030원에서 연평균 0.5%씩 하락할 경우 2010년까지 2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환율 하락 폭이 조금 더 커지고,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성장률이 조금만 높아지면 기간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박사는 "기본적으로 성장률을 4% 내외로 보고, 물가를 3%전후로 계산한 상황에서 환율이 지금처럼 강세로 간다면 2008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말하자면 미국의 달러 약세에 따라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면 2008년 2만 달러 달성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전망치는 2006년 이후 우리 경제가 매년 잠재성장률 5% 및 물가상승률 2.5%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중에는 이를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5%에 못 미쳤고, 지난 5년간 물가상승률은 3.3%에 달하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 소득을 산출하는 방식의 변화도 2만 달러 달성의 조기 실현 목표를 타당하게 한다.


한국은행은 2003년부터 국민계정의 기준년도와 내용을 바꾸었다. 지금까지 1995년으로 하던 것을 2000년으로 바꾼 것. 이에 따라 명목 국내 총생산(GDP) 규모가 이전 방법으로 계산하던 것보다 10.9% 늘어났다. 또 그동안 국민계정에 반영되지 않던 생산 활동이 대거 포함되면서 국민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의 중개서비스 활동, 기업의 소프트웨어 구입, 사회간접자본의 감가상각비, 국방지출 중 민간에서 전용 가능한 비전투용 시설 투자, 사교육비 등이 확대 반영된 것이다.


말하자면 GDP에 포함되는 내용이 늘어나면서 숫자가 상승하고 이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국민소득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2002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13달러에서 1만1493달러로 다시 계산됐으며, 2003년의 1인당 국민소득도 1만2646달러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03년 경제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인 3.1%에 불과했는데도 말이다. 결국 2003년 이후 급상승하고 있는 1인당 국민소득은 이런 계산법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범식 박사는 "1인당 국민소득 산출은 어차피 산수"라며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환율이나, 1인당 국민소득 산출 방식 등이 변하면서 결과가 좋게 나올 수도 있고 나쁘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것이 어차피 물가가 오르거나, 환율이 절상되거나, 심지어 인구수만 줄어도 조기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면서 "성장잠재력이 확충돼서 부가가치가 올라가고, 고용이 창출되는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선진 경제로의 진입이 아닌 한 2만 달러 목표는 단지 숫자 놀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들어 희망차게 내세운 2만 달러 조기 달성 목표라는 것이 실질적인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주변 환경의 변화나 단순 계산법에 따라 이룰 수 있는 다소 허망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빈익빈부익부가 여전히 심화되는 가운데 이런 식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2만 달러 시대라면, 2만 달러 달성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처음부터 잘못 세운 것에 불과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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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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