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30일 일요일

시멘트 위를 걷다.

어제는 눈도 오고 해서 방에 박혀있었는 데,
형준이가 전화를 했다.
밖에 나갔더니, 30분 뒤면 해도 질 것 같고
눈도 와서 그런지 땅이 젖어있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는 데,
주차장을 나와 세 발자국 쯤 걸었을 때,
뭔가 밟히는 게 있었다.
'음. 눈이 쌓였나 보다.'
주위를 살짝보면서 한 발자국 더 나갔다.
'눈이 쌓인 곳이 없네. 그럼 이건 뭐지?'
앞을 보니 길을 막아놨다.
아래를 보니 다른 곳보다 길 색깔이 약간 더 진하면서 물을 머금었다.
발도 이상하게 깊히 빠져있다.
'헛. 시멘트를 다시 부었군 -0-'
세번째 발자국으로 시멘트를 다시 밟고 도약을 해서
안전한 곳에 착지 했다.


바닥에는 7Cm 깊이로 size 260mm 운동화 자국이 세 개 생겼고
신발이랑 바지에는 시멘트가 좀 묻었다.
(용의자의 신원은 대략 몸무게 60Kg에 size 260mm의 운동화를 신은 약간 작은 체구의 남성, 추정시각 작업시각으로 부터 3시간 후..)
대략 Foot print를 찍은 셈;;
(헐리웃 스타도 아니고..)


고의로 찍었다면 이렇게 깊지 않았을 텐데, 누가봐도 사고였다. T.T
작업한 아저씨들이 바리케이트나 끈으로 주변을 잘 막아 놓지 않아서
당한거니까 내 부주의만은 아니지.


길에 떨어진 전단지로 신발을 부지런히 닦아서 응급처치를 하고
집으로 뛰어들어서 휴지로 다시 닦아냈다.
천으로 된 신발이라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는 군.
바로 세수대야에 물 받아서 담궈 둘 껄 그랬나?
다 굳어버렸으니 구두솔로 털어봐야 겠다.


그래도 다행인게 한 시간 더 일찍 밟았다면 대략 조각상이 될 뻔 했다.
(아니면 쇳물 속에 들어가는 터미네이터가 됐던지.
 엄지손가락만 내밀고 "I'll be back~"이라고 했으려나?)


아무튼 처리를 하고 놀다가 다시 집에 돌아와보니
나 말고도 몇 사람 더 발 자국을 찍어놨다.
(나보다는 얕은 걸로 봐서는 내가 당한 지 한 시간 뒤 쯤에 찍은 듯.)
자전거도 한 대 지나가면서 찍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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