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보면
그것도 참 묘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 사귀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데.
그 때는 막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던 때였다.
사실 컴퓨터를 배우게 된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다니던 태권도가 싫증이나서
엄마에게 태권도가 싫다고 떼 쓰던 중에.
그렇다면 대신 컴퓨터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엄마의 충고에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컴퓨터도 만화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영어 알파벳을 외워야 했고 자판도 외워야 했으니까.
하지만 학원은 잘 나갔다. 이쁜 선생님이 수업을 했으니까.
솔직히 그 때 생각에도 그 선생님의 실력은 별로 였는 데
아무튼 거기서 친구를 한 명 사귀게 되었다.
그 친구 역시 선생님과 친했다. 나이는 그 때 아마 20살쯤.
막 군대에 갈 정도의 나이인 아저씨(..) 였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 데. 다만 기억나는 건 그가 '장미'라는 아주 싼 담배를 피웠고
직업 없는 백수에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집에서 매일 용돈을 천원씩 받았고
바보였다.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IQ가 80정도 라고.
어렸을 때 동네 어른이 실수로 던지 낫 비슷한 농기구에 머리를 맞아서 피를 많이 흘렸는 데
그 뒤로 바보가 됐다고 했다. 말투가 좀 어수룩하고 정말 바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꼬마인 날 놀리기 위해 악의없는 거짓말을 했던지.
아무튼 그는 1,000원 밖에 안되는 용돈을 모아서 먹을 것을 사주기도 했는 데. 오징어 튀김이나 떡볶이를
얻어 먹은 것 같다.
그의 정신연령은 나와 비슷한 것 같았다.
내게 고민도 털어놓곤 했는 데. 우리 집 옆에 있는 법원 앞 잔디 밭에 앉아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학원에서 이쁜 선생님과 셋이서 이야기 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먼저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았는 데. 그는 나를 친구로 생각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친구가 될수는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어느날 그는 군대에 간다고 했다.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슬펐는 데.
가기 전에 고민을 하나 털어놨다. 자기 여자 친구가 연대생인데. 연대생이니까 똑똑하다고 했다.
바보인 자신과 어울릴지 물었다.
IQ가 뭐가 중요하냐고 내가 대답했는 데. 그래도 세상에는 수준이라는 게 있어서 중요하다고 그랬다.
초등학교 2학년 생이 줄 수 있는 도움은 없었다. 사실.
그리고 그는 군대에 갔는 데.
일주일 인지 한 달만인지 후에 다시 돌아왔다.
왜 이리 일찍 돌아왔냐고 물었는 데.
바보라서 군대에서 너같은 바보는 군인으로 쓰기 부적합하니 다시 돌아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공익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흠...
그리고 3학년이 된 나는 좀 더 실력있는(;;) 선생님이 있는 학원으로 옮기게 됐고
다시는 그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 사람은 지금 뭐하고 살지 궁금하다.
@@ 나중에 좀 더 극적으로 꾸며서 짧은 단편 소설의 소재로 쓰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이거 세이에세이에 올리면 뽑힐것같다. ㅋㅋ 한번 올려봐.
답글삭제왠지 이야기가 슬퍼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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