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9일 수요일

체념, 포기.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를 보면

  한 꼬마아이에 물에 빠져 죽는 다.

  그런데 사실 그 꼬마가 빠져 죽은 물은 그리 깊지 않다.

  그냥 일어섰으면 무릎밖에 오지 않을 곳인데.

  당황하고 허우적거리다가 죽게 된다.

  일어나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삶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편하고 쉽게 살기 위해 가능성을 포기해 버리는 것 같다.

  공부는 학생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다. 다 쓸데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동생이 부모님들보다 컴퓨터, 비디오 같은 것의 사용법을 더 잘 익히는 것 같다.


  나도 점점 어른이 되고 있다는 걸 그럴 때 느낀다.

  마치 더 이상 프로그램 짜는 일 외에는 아무일도 더 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의지한다.

  아프면 그냥 의사에게 돈을 주고 약을 먹는 다.

  이게 무슨 약인지. 과연 낫는 약인지 성분은 뭔지 찾아볼 생각조차 없어진다.

  버스를 타도 그냥 눈을 감고 잔다. 눈 뜨면 기사가 데려다 주겠지.

  단지 버스표를 사고 앉기만 하면 된다.

  창 밖에 뭐가 보이는 지, 제대로 가고 있는 지. 다 귀찮을 뿐이다.

  과자를 사도 얼마인지 계산도 안해본다.

  그저 가만히 서서 신용카드를 건네주면 점원이 계산을 해주고 결제를 해준다.

  나는 사인만 하면 된다.

  한 달에 얼마를 버는 지 쓰는 지도 사실 모른다.

  월급날 되면 통장에 돈 들어 왔을 테고 카드 쓴만큼 빠져 나갔겠거니 한다.

  해가 왜 동쪽에서 뜨는 지 생각해보기도 싫다.

  아무도 모르는 거고 앞으로도 아무도 답을 찾지 못할 꺼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그런거다.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은 그냥 없는 셈치고 무시하거나

  남들이 이미 시도한 안전한(불완전하고 구먹구구식이지만) 길만 가면 된다.

  고민해봤자. 힘들기만 하고 그들보다 더 행복하지도 않다.

  정해진, 예측 가능한 만큼으로 살고 그 만큼 누리면 된다.

  뭔지 몰라고 상관없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니까.

댓글 1개:

  1. 생각하고 살아가기 가 참 쉽지 않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예요..ㅠㅠ

    바빠다고 다들 조급해 하니까

    편한 길만 찾죠.. 다들..;;

    쉼표 하나 둘은 찍어 줘야 인생이란 문장이 좀 더 자연스러워질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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