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4일 일요일

냄비근성과 전문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은 냄비근성이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냄비근성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정치, 경제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고
일반상식도 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해야해서 전문적이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자면, 1,000만명이 1년에 하루 환경문제를 걱정해주는 것은
환경문제에 별 도움이 안된다.
매년 하루 그 문제를 소개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차라리 1만명의 사람이 1년 내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편이 낫다.
그리고 나머지 999만명의 사람은 각자 자신이 관심을 가져야할 999개의 주제들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식으로 환경, 경제, 정치, 육아, 인권, 노동, 통일 ... 수많은 문제들을
전문가 집단(꼭 전공을 했다기보다는 관심이 있는 시민단체들과 함께)이
그것들을 각자 관리해 주는 편이 낫다.

대한민국 사회가 사람이 1만명 밖에 안사는 작은 도시 국가라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해서 하나씩 문제를 각개격파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4,000만명이 넘는 큰 사회다.
1만명 정도의 규모로 각자 자신의 관심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전문가 집단이 생기면 각자 이익(금전적이든, 비금전적(환경, 인권등)이든 )을 대변할 수 있게 되고 정치인들도 변하게 된다.
사실 정치인들이 얄팍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짓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멍청하다기보다는 대중의 관심사가 얄팍하고 인기에 편승하는 냄비적 비전문화 때문이다.
다들 각자 관심사가 명확하고 문제를 깊게 이해하고 있다면 정치인들도
각각의 이익집단과 그들이 다루는 문제에 맞춰서 좋은 공약, 정책, 법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 Westwing을 보면 수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맡대고 고민하거나
그들에게 문제를 위임하는 대통령, 대통령 후보 등.. 정치인들을 볼 수 있다.
우리도 그렇게 사회가 변한다면 많은 이익집단, 전문가 집단이 생길 것이고
그들이 정치인과 직접 대면하는 통로인 로비스트들도 생길 것이다.
로비스트라고 하면 뇌물을 주고 받는 나쁜 사람으로 비쳐지지만
4,000만명이 각자 이해부족으로 떠드는 것보다는
그 문제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정치인과 대면을 하는 편이 낫다.
4,000만명의 대단위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하지만
1만명의 이익집단이라면 민주적으로 가장 헌신적이고 문제를 잘 이해하는 사람을
대변인, 로비스트로 키울 수 있다.

정치인들은 target marketing을 할 수 있어서 좋고
시민들도 정치인들의 target이 되도록 각자 전문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
현재 한국 정치인들이 모두 똑같아 보이는 것은 target marketing이 불가능한
대중들 때문이다. 모두 너무나 많은 이슈에 대한 얕은 이해 밖에 없으니
general하게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전문가들에 대한 오해로 그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무조건 똑똑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라는 것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 탁월한 뿐만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반드시 머리가 명석해서 (상위 1%라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서 그것에 오랫동안 집중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도 각자 관심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시간을 준다면 다들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냄비 근성의 문제는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관심의 부족이 아닌 전문화의 부족일 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