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3일 토요일

만두

이번주에는 엄마가 서울에 오셨다.
내가 만두를 많이 해먹는다는 이야기에 이번에는 만두를 200개 만들어두고 가셨다.
냉동실 가득 진시황릉의 진용들처럼 만두들이 가득하다.
이틀간 잡채, 고기, 양파, 당근, 밀가루 등 우리집에 있는 모든 식재료가 만두로 변해버렸다.

우리 엄마는 뭔가 만들기 시작하면 최소한 몇개월분은 되는 것 같다.
15년 전에도 어느 해 여름 냉장고에 돈까스 100여개가 완성되었고,
그 다음해에는 번데기가 영화 '미이라(mummy)'에 나오는 바퀴벌레만큼 많이 냉동되었다.
고추장도 욕조에 가득할만큼 많이 만들었다.
첫날은 맛있는 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지옥처럼 변하게 된다.

누군가 엄마에게 경제학적 한계효용이나 생물학의 베버의 법칙을 알려줘야 할텐데..

많이 만드는 게 취미이신 것 같다. 많이 만들어서 절반은 냉장고에 열리고,
절반은 사람들에게 나눠주신다. (친구, 친척, 이웃 등..)
나눠주는 건, 나중에 다른 것으로 대부분 돌아오니까 인정(give and take)이라고 하고..
냉장고에 있는 것들은 어찌될지 모르겠다.

영구동토(냉동실)에서 1년간 보관되다가 냉동동결 프로세스가 진행되어 수분이 탈락하고 정말로 미이라가 될 것 같다. 그 미이라들을 매주 전자렌지에 해동시켜 먹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
지난번에 김치도 먹는 것보다 버린게 더 많은 데.
엄마는 꼭 너무 많이 가져오셔서 대부분의 음식을 버리게 만드신다.
슈퍼에서 사온 음식은 쉽게 버리는 데, 이런 음식들은 버리려면 매우 가슴 아프고 완전범죄로 처리해야 한다.
다음번에 물어보실테니.
"그래 그건 다 먹었니?"

다 먹었다고하면 다음번에는 더 많이 가져오시는 거고, 버렸다고 하면 혼나는 일 밖에 없다.
"부족했나보군, 다음에는 더 많이 가져오지."
"이 녀석이 얼마나 힘들게 만든 건데, 버리는 거야?"

. 배탈
사실은 어제도 만두먹다가 채해서 수업시간 내내 곤란했다.
전자렌지에 데우고 후라이팬에 지저먹었는 데,
속은 차갑고, 겉은 기름이 가득해서 느끼하게 되버렸다.

대충 4시간 동안은 더부룩했지만 위에서 잘 버터줬고,
문제는 그 이후에 소장으로 내려가면서 소화분해과정에 대량의 가스가 발생하여...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배가 가스가 차면 그냥 꼬르륵 소리가 많이 난다든지, 방귀가 많다든지 하는 것과는 다르다.
흔히 말하는 속쓰림같은 정도의 엄청난 통증이 몰려온다.
소화기관의 연결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소화과정이 진행되면서 통증부위가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마지막에 화장실에서 일을 크게 치루면 해결.
대략 섭취에서 배설까지 12시간이 걸리는 discovery channel급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업시간이 더 곤란한 이유는 집에 있었다면 콜라도 마시고 배도 쓰다듬어서
고통이 2시간은 줄어들었을 텐데, 수업 중에 뛰쳐나갈 수도 없고 꼼짝없이 식은 땀 흘리면서 들어야 했다.
소화효소의 분해속도에 따라 5분 주기로 큰 기체 팽창이 오는 데, 매우 큰 꼬르륵 소리가 나기 때문에
긴장이 감도는 수업시간은 정말 악마 같다.
몸을 잘 꼬면 어떻게든 소리가 안 나긴하는 것 같다.
인간도 온실가스의 주범인 소(cow)만큼 메탄배출량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댓글 2개:

  1. ^^;

    녹차나 홍차를 같이 먹으면서 드세요.

    + 이참에 주변분들에게 부지런히 나눠드리면서 인맥을 키우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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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군만두는 약불에서 느긋하게.. 서두르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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