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1일 수요일

끈, 보자기, 박스

서양은 박스 문화권이고 동양은 보자기 문화권인 것 같다.
또한 동양은 끈 문화권이다.
(동서양 모두 그것들을 쓰지만 경향적으로 봐서)

많은 곳에서 이러한 도구들은 유용하게 쓰인다.
자동차에서 동력전달을 위해 밸트를 쓰고 자전거도 체인(끈)을 쓴다.
남미 원주민인 야마(잉카?) 사람들은 끈으로 문자도 만들었다.
카우보이들의 상징은 역시 굵은 로프이고 몽고의 유목민들도 끈을 칭칭감고 다닌다.
한국의 전통적인 농부의 일상에서 새끼줄 꼬기와 삼베줄 꼬기는 빼먹을 수 없다.
삼베줄이 실이되서 옷도 만들고 보자기도 된다.
따라서 보자기는 실의 2차원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보자기의 장점은 flexibility이다. 물건에 맞게 꼭 맞춰서 부피를 줄인다.
부정형의 물체들을 언제든 잘 묶어서 담을 수 있다.
반면에 단점은 헐렁해지면 물건들이 잘 빠진다는 것, 그리고 그 때 잘 섞인다.
보자기를 푸는 순간 엉망으로 물건들이 떨어져버릴 수 있다.

박스는 보자기의 2.5차원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rigidity를 더한 것.
(3차원이라고 하기에는 속이 비었고, 2차원의 flat한 면들의 모임이니까.)
박스는 열어도 물체들이 빠지지 않는 다. 그리고 운반시에 잘 완충시키면
모양도 유지할 수 있어서 장거리 여행에도 entropy(엔트로피, 무질서도)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다. Entropy적 측면에서 박스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물건이 빠지는 일이 없다. 하지만 부피가 고정되어 있어서 유연성이 없고 비어있는 공간은 충격에 취약점을 안겨준다.

박스의 중간형인 바구니도 꽤 유용하다. 윗쪽이 트여있어서 보자기처럼 약간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수북히 쌓으면 되니까.

살림살이를 하다보니 박스를 자르고, 끈을 꼬고 해서 이것저것 만들어 가고 있다.
A4에 필기를 하니 파일, case들이 많이 필요하기도 해서 문구점에서 하나씩 사오기도 한다.

Engineer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상 밑에 전선들이 매우 지저분한데, 끈과 집게들로 매일 정리해 주고 있다.
(아래 보이는 콘센트에 꼿힌 플러그가 12개, 공유기 등을 통해서 중계되는 선까지 합치면 16개는 되는 듯.)

박스, 보자기, 끈의 미학은 생물의 세포내에서도 적용되는 데,
세포는 하나의 박스이고 또한 효소들이 붙어 있는 막들은 보자기라고 할 수 있다.
Entropy적, orientation상의 잇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DNA는 매우 길다란 끈이기도 한데, 쓸때만 풀고, 안쓸때는 실패처럼 꽁꽁 묶어서 보관하고 운반한다.

댓글 1개:

  1. 보자기 매듭짓는 방법의 의외로 다양하던데요~ 잘만 하면 절대로 헐렁해지지 않는~ ㅋ (예를 들자면..음,할머니가 싸준 독특한 매듭의 보자기 속 짐은 절대로 헝클어 지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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