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들어본 가장 적은 액수의 금액이다.
주로 집에서 부모님께 혼나는 것들이 이런 것인데.
"봉투 좀 아껴써라. 그거 슈퍼가면 20원이 바꿔준다."
나는 20원보다는 내 시간을 10분 아끼는 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동네는 봉투값 안 받는 다.
"컴퓨터 켜놓지 마라, 전기세 나간다."
컴퓨터는 인간을 위해 만든 도구이다. 컴퓨터의 step에 내 행동을 맞추는 것은 영화 Modern times 같은 끔찍한 기계화의 세계다.
영화나 동강 다운로드를 받으려면 켜놔야 한다.
비디오가게가서 빌려오려면 10배 비싸다.
학원가서 들으려면 15만원씩 든다.
"기름이 묻은 그릇 닦을 때 키친타올 쓰지말고 행주로 쓰고 빨아놔라."
"휴지 아껴써라."
설겆이를 한 번 줄이면 20분이 단축되고, 관절염과 습진의 우려도 줄어든다.
수험생이지 식당 밥돌이는 아니잖아.
자연보호는 아름다운 표어지만 그것들은 시간과 돈이 충분한 부자들의 사치이기도 하다.
상도동 언덕 위의 집에서 추위에 떨면서 공부하는 수험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엄마가 원하는 데로 살아야 한다면 하루에 2시간씩 온 집안을 걸레로 닦고 먼지를 쓸어야 하고,
옥상에는 무, 배추, 고추 등을 심어서 작은 야채농사를 지어야 하고,
요리를 4시간, 설겆이를 2시간씩 해야 한다.
그럼 공부는 언제해서 대학원 가나?
그러시면서 엄마는 가끔
"수험생인데, 보약도 못먹다니."라고 하시는 데,
내게 필요한 것은 10만원짜리 보약이 아니라, 20원짜리 잔소리를 덜 듣고,
시간을 아껴서 공부를 하든지, 잠을 더 자는 것이다.
@ 요즘은 연봉 20원짜리 시집살이 하는 기분이다. 직장 다닐때는 6초에 20원씩 벌고 그랬는 데..
인생 구차하고 비참해서 살기 싫다. 나는 내 평생 지나치게 낭비하면서 산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10원짜리 때문에 경제학 이론까지 집어오고, 길을 걸어갈 때도 지름길을 찾고, 생각을 하고..
솔직히 다들 지나치게 꼼쟁이에 미친놈이 아니냐고 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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