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일 월요일

화전 - 내일은 뭐 먹고 살지?

산에 불을 질러서 농사를 지으면 한 해는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화전으로 농사를 지으면 다시 쓸 수는 없다.
버리고 다른 땅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하면 산 전체를 태워버리기도 한다.
다시 복원하는 데 30~100년이 걸린다.


사람도 똑같다.
'오늘 달려야지'
'이번만 어떻게 잘 넘겨보자.'
'이건 정말 위기야'
이런 식으로 살다보면 오늘은 넘기지만 내일은 더 큰 것이 온다.


이번 시험 끝나면 인생 다 끝나는 것인가?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은퇴하는 것인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근시안적인 사람이 되면 안된다.
다음 번 일에도 어느정도 시간을 할당해야 한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느 정도는 내일의 것을 배워야 한다.


농사를 지을 때도 내년에 쓸 씨앗으로 일정량은 남겨야지
배고프다고 다 먹어버리면 내년에는 굶어죽는 다.


지금 시간이 좀 있고, 일을 빨리 마칠 수 있다고
다음번을 생각하지 않고 다 써버리면
다음 일을 기약할 수가 없다.


학기가 끝나면 강의노트과 교과서는 버리고, 까맣게 잊어버린다.
학점 받아서 성적표 인쇄하러 학교 다니는 것 같다.
모두에게 망각은 불가피하지만 전공이라면 다음 번에 분명 다시 본다.
다음 번에 봤을 때는 좀 더 쉽게 알 수 있게 정리해둬야 한다.
교수님께 A 받으려고 필기하는 게 나중에 무슨 도움이 될까?


오늘 밤을 새면 좋지만 내일은 어쩌지? 그 다음날은?
매일 밤을 새고 사람이 살 수 있을 까?
의대생은 인턴, 레지던트 할 때 매일 밤샌다고 그래서 모두가 그래야 하나?
졸린 눈으로 피곤한 몸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길 사람이 있을 까?
수술하다가 잠들어 버리면 어쩌지? 잠결에 다른 곳을 절개해버리면?


사람들은 왜 일기를 쓸까?
사실 일기나 메모는 시간이 적게 들지는 않는 다.
머리 속에 담아 두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다.
오늘만 살고 죽을 사람이라면 필기할 필요가 별로 없다.
하루 동안 얻은 정보 정도는 머리에 담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람은 100년을 살아야 한다.
오늘 한 일을 내일, 1년 뒤에는 대부분 잊어버린다.
사람은 5년쯤 지나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이름과 얼굴도 까먹는 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오늘은 오늘을 잘 알지만 내일은 어제를 잘 모른다.
기록을 해둬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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