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동아리 공연에 놀러갔다.
꽃(Flower)
생각해 보니 나는 꽃을 거의 사거나 받아본 적이 없다.
먹을 수도 없고 오래 남지도 않아서 그런가;
같이 간 분이 사길래 잠시 들고 있었는 데.
가만히 들고 있기만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꽃을 사나보다.
이것저것 꽃다발에 넣을 꽃 종류를 고르고
포장하는 데도 한다발에 10분이 넘게 걸렸다.
이리저리 묶고 자르고 종이, 비닐, 망사 세 겹이나 포장을 했다.
꽃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게
가장 가치 있는 것 같다. 일종의 performance같다.
그냥 다 만들어져서 선반에 올려진 꽃보다는
직접 고르고 만드는 걸 지켜보는 게 더 정성스러워 보인다.
회사 퇴근길에 가는 거라 약간 늦었는 데,
꽃도 세 다발이 필요해서 1부는 보지 못했다.
연세대 강당도 울 학교랑 거의 비슷했다.
우리 학교 강당이 1.5배쯤 크다고 생각했는 데, 대강당은 따로 있단다.
빨간색 의자에 부채꼴 모양의 공간, 그리고 아이보리색 무대.
음악 동아리라서 노래만 부를 꺼라고 생각했는 데
영상도 준비되있었다.
우리학교 VOK의 영상제 수준은 되는 것 같았다.
동아리 구성원들이 준비하는 장면장면 나오고
마치 CF나 평화로운 롤플레잉 게임처럼 구성됐다.
공연장에 들어갈 때 꽃을 맡겨 둘 수 있는 시스템도 특이했다.
100년 된 학교와 20년된 동아리라서 그런지 역시 노련했다.
번호표를 받고 꽃을 맡겨두면 공연이 끝나고 다시 찾은 후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
관람 중에 꽃을 들고있으면 불편하니, 좋은 생각인 것 같다.
합창 동아리라길래 우리학교 여섯줄 같은 분위기를 생각해서
청바지, 면티 같은 걸 입고 나올 줄 알았는 데.
다들 Black&white로 정장을 입고 나왔다.
졸릴 까봐 걱정했는 데, 재미있었다.
사실 어느 공연이든 악기만 연주하는 공연에 비해 사람 목소리는 졸리지 않다.
연세대도 크리스챤 학교니까 그런 풍의 노래가 많이 있었다.
그래도 발랄하게 불렀다.
종합대학이라서 예능 계열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지 정말 노래를 잘 했다.
무용하는 사람도 나와서 발레 비슷한 춤 + 막춤도 췄다.
옆에서 동아리 OB분이 설명해 줘서 이해가 더 좋았다.
악보 없이 부르는 게 정말 연습을 많이 해야 된다고 그랬다.
악보를 바꿀 때마다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그리고 각 성부끼리 따로 서있다가 갑자기 자리를 바꿔서 좀 섞었는 데.
그렇게 하면 다른 성부의 음을 따라갈 위험이 커져서 더 어렵단다.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군.
민요도 많이 불렀는 데,
아까 그 무용하는 사람과 다른 남학생이 한복을 입고와서 더 재미있게 춤을 췄다.
마지막으로 동아리 전통에 따라 관객들 속에 섞여있던
동아리 OB들도 모두 무대위로 올라가서 합창을 했다.
동아리 노래를 작곡한게 있단다. 매번 부른다는 데 멋있었다.
우리 동아리는 동아리 전통이라고 할만한게 뭐가 있을 까?
우리학교 공연 동아리들은 강당에서 공연이 끝나면
항상 주변 학교 동아리들에서와서 케잌을 주고 받는 데,
그건 없었던 것 같다. 충청도에서만 하는 건가?;;
모처럼 문화생활을 해서 좋았다.
복학하면 금요일마다 공연은 꼭 챙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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