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6일 월요일

여행 체질이 아닌 여행자

나는 사실 호기심이 많기는 하지만(실증도 잘내고)
체력이 안 좋아서 여행이나 모험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남들 다 밤새 노는 수학여행에 가서도 항상 10시에 잠들고
먹을 것도 조금씩 자주 먹고, 체하고 머리 아프고, 감기 걸리고,
다리 아프다고 징징 댄다.
피곤해지면 화내고 방에 콕 박혀서 안 나온다.


그래서 오기로 여행을 더 가야겠다.
계속 방에만 있으면 영원히 개구리 in 우물이 될 것 같다.
친구가 물었다. "유럽에 꼭 가야할 이유가 있어?"
처음에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시간은 남고 남들이 다가니까 가는 것 같았다.


며칠간 곰곰히 생각해보니
말 안 통하고 오랫동안 돌아다닐 수 있고 다양하고 볼 것 많고
안전한 곳이 거기라서 유럽에 가는 거다.
일본, 미국도 비슷하지만 유럽이 좀 더 다양하다.
고생 좀 더 하고 어른된다는 생각으로 가야겠다.


그래서 패키지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자유여행으로 간다.
길도 몰라서 헤맬테고 말도 못해서 쩔쩔메고 잘 곳 없어서 노숙할 수도 있다.
평생 고생 한 번 헤본 적 없는 데, 이번에 한 번 해봐야겠다.


훈련소 1달도 별로 안 힘들었다.
남들은 2년이나 하는 데, 1달만에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친구도 50명이나 생겼다.
자고, 먹고, 뛰고, 구르고, 깨고 서있고, 간단한거 외우고 하면 알아서 다 굴러갔다. 


비슷한 기간이지만 여행은 자유도가 훨씬 크다.
누구도 나한테 먹어라, 자라, 일어나라 아무 말도 안 해준다.
가만히 있으면 집에 돌아올 수도 없다.


자유도 : 여행 > 집 > 학교 > 회사 > 군대
육체 노동 : 여행 > 군대 > 회사 > 학교 > 집
귀환 가능성 : 집 > 학교 > 회사 > 군대 > 여행


 

댓글 2개:

  1. 낮에는 여행 생각하느라 행복하고 밤에는 걱정되서 잠 안오고..

    요즘 그렇게 살고 있지.

    인도, 몽골 등.. 여행 많이 다녀온 사람의 조언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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