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6일 월요일

징징대기

내가 제일 잘 하는 것 중 하나는 징징대기다.
어디가도 불만이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수학여행을 가도 '아, 누가 이리 재미없는 코스를 골랐지?'
집에서 자빠져있을 때도 '엄마는 왜 맛 없는 반찬을 해주지.'
회사에서도 '뭐 하라는 거야?'
학교에서도 '이런거 왜 가르치는 거야?'
말이 많다.


그런데 막상 내가 내 자신을 책임져보니 다르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 넘길 수가 없다.
내가 먹는 반찬이 맛없는 건 내가 요리를 못했거나
맛있는 식당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는 것도 내가 고른거고 이해 못해도 내 책임이다. 학점을 깐다.
내가 책 읽고 싶으면 책을 읽고 재미없으면 그냥 내 돈 날린다.
하루종일 방안에 콕 박혀있어도 아프건 배고프건 뭘 하든 상관없다.
배고프면 스스로 밥을 구하지 않은 내 책임이다.
'이거 해도 되요?'라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다 내 맘이고 아프고 다치는 것도 자신이고 이득을 보는 것도 자신이다.


그런거 못하겠으면 노예나 아이, 죄수, 이등병이 되면 된다.
세상 다른 것 하나도 할 줄 몰라도 징징대는 소리를 잘 들어주고
남들 대신 욕 먹어주고, 골라줄 줄 알면 Manager, Boss가 될 수 있다.
정치력이 더 필요하지만, 하급 관리자까지는 쉽게 될 수 있다.


선택을 할 때,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이 있다면
둘 중에 어느 것도 고르지 않고 있는 것이 그보다 더 나쁜 선택일 때도 있다.
둘 다 맘에 안들어도 안 고르는 것보다 낫다면 골라야 한다.


@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스스로를 구원하라.'

댓글 2개:

  1. 교생실습중인데 제 수업이 다 끝나서

    멀티실에서 컴퓨터하다가 생각나서 들려요.

    오빠 생각들은 평범한듯 하면서도 특이하고

    신기한듯 하면서도 일반적이예요.

    암튼... 이런저런 잡담들이 제게 도전이 되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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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응, 세상 사람들 다 그런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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