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도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다.
백화점이든 어디든 물건값은 꼭 깍아야 한다.
어려서 엄마랑 같이 물건을 사러가면
창피하다는 생각도 참 많이 한 것 같다.
길에서서 값 깎아줄때까지 안사고 상인과 버티고
기분상해서 돌아오는 때도 참 많았으니까.
알뜰하게 살아가 두 자식 잘 키우신 게 대단하지만
어렸을 때는 참 슬프고 쪽팔렸다.
그런 날은 밥도 잘 안 먹고 삐져서 서럽게 울고 그랬다.
어디 확 도망가버리거나, '부잣집에 입양은 안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살 때도
'마음껏 골라봐'해서 고르면
가격표를 보고는 놀라셔서
'다른 거 사라. 이것만 재미있는 건 아니잖니.' 하시며
별로 재미없는 옆에 있는 장난감을 억지로 사주시기도 했다.
여러번 당해보면 아이들도 교육이 되서 비싼거 안 고른다.
'별로 필요없어요.'라고 말해버리든지.
'별로 필요없어요.'라고 했는 데도
'그래도 좀 골라보지, 기분 좀 내서 사준다는 데 반항이냐?'라고 하면
재미없지만 저렴한 걸로 하나 고른다.
사실은 며칠전에도 백화점 갔다가 옷을 사는 데,
비싼 브랜드로 들어가시길래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고 했는 데,
부모님이 그냥 들어가셨다.
"이것 괜찮아 보이네. 입어봐라. 하나 사줄께. 그거 입고 가자"
해서 입었는 데, 이런 저런거 다 물어보고
결제 순간 영수증을 보시더니.
"현성아 벗어라."라고 말씀하셔서
잠시 당황했으나, 조용히 벗고 나왔다.
(확, 내 카드로 긁어서 살까나 생각도 해봤는 데..;;)
괜히 입었는 데, 결제 직전에 액수보고 당황해서 다시 물리면
쪽팔리니까 미리 가격 다 알아보고 가격대 맞춰서 들어가는 건데,
부모님들은 잘 모르시니까 더 당황스럽다.
지금은 나도 어른이고 돈 벌고 인생 힘든거 조금은 아니까
예전처럼 삐지거나 당황하는 건 덜하지만 여전히 힘들긴 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자존심 상하니까 밥 굶고 그랬는 데.)
백화점이나 무슨 경품 타려고 1~2시간씩 줄을 선다든지,
경품 추첨 가격대에 맞춰서 물건을 하나 더 산다든지,
30%정도 계속 흥정해보고 안 깎아주면 도로 물르기도 하고.
우리 엄마도 정말 시골 소녀같다.
영화 '인어공주'를 보면 전도연이 1인 2역으로 자신과 어머니 역할을 하는 데
제주도 어머니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순박한 삶을 보고
삶에 찌든 아주머니가 된 어머니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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