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7일 토요일

샌님

"싸가지와 성적은 반비례한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모범생 사회에서 반은 사실인 것 같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라는 게,
방에 혼자 박혀서 많이 외우는 학생이 1등하는 거니까.
친구들과 잘 지내서 얻는 직접적 이득은 없다.


나중에 사회 나가면 정말 친구가 중요하고 사람이 좌절하지 않고
사회에 어울리는 데도 중요하지만 한 단어 더 외우면 1점 더 올라가는
내신 분위기에서는 단어장과 친구하는 게 제일 낫다.
그래서 싸가지도 없어지게 된다. 팀 플레이는 하나도 필요없다.


Communication이라는 것을 배울 기회도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했는 데, 못 알아들으면 참 답답하다.
화가나고 무시하게 되고 그래서 싸가지 없게 된다.
다들 그렇게 샌님이 된다.


공부만 죽도록 하고 내성적이면 참 세상 나와서도 쉽지 않다.
옷가게에서 옷을 하나 고르려고 해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뭐가 좋은 지, 나쁜지, 어울리는 지 알 수가 없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흥정 한 번 해본 적 없고
맥도날드에 혼자 들어가서 햄버거를 사먹고,
식당에서 밥을 시키고,
동사무소가서 주민등록등본 한 통만 떼려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왠지 어색하다.
주문을 잘 한 걸까? 빼먹은 건 없을 까?
뭘 골라야 할까? 고르면 꼭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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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 2년 하면서 뭘 배웠나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햄버거 가게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어도 어색하지 않고
백화점에서 물건을 안사도 당당하게 걸어들어가고
이것저것 입어보고 만져보고 둘러본다.
버스, 기차를 타도 길을 잃을 지, 물건을 도난 당할지 두근거리며 경계하지 않고
시내에 사람 많은 길을 걸어도 괜찮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 싫어하는 지도 알게 되고,
유행은 어떻게 바뀌는 지, 남들은 어떻게 사는 지도 알게 됐다.


물건도 사고 팔고 카드로 결제도 하고
은행이나 동사무소, 시청에 가서도 주눅들지 않고
길을 모르면 잘 물어볼 수도 있고
처음 가는 길도 지도 찾아서 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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