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이후에 공부를 하든, 무슨 일을 하든
어리둥절할 때가 많아졌다.
'난 왜 이런 것도 모를까?'
'도대체 이 수업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도대체 이 책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갑자기 바보가 된 걸 아닐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 뿐만 아니라 친구들 BBS, 싸이, 블로그를 가도 다들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다들 뛰어난 친구들이었는 데,
'어려서는 영재, 젊어서는 재주꾼, 나이들어서는 평범한 사람'
이라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단지 세상에 물들어서, 열정이 식어서 그랬다고만은 볼 수가 없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항상 정해진 틀에서 적절한 것만 배우는 온실과 같은 거라서
모르는 게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대학에 오니 갑자기 모르는 게 생기고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황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
어려서 겪지 못하고 20살이 되서야 겪었을 뿐이다.
갑자기 수준과 괴리가 있게 어려운 책을 봐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교수님이나 선배들이 조언해주는 책들이 모두 쉽다고는 할 수 없다.
차근 차근 보아야할 단계를 알려주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들도 그 단계를 잘 모른다.
때로는 지식이 너무나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큰 발걸음 사이를 메꾸어 줄
작은 지식들과 해설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대가들이나 천재들의 생각은 도약이 심하기 때문에 주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 예로 C++ 같은 기술도 나온지 20년이 다 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단지 문법만 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The C++ Programming Language' 한 권만 보면 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지, 실제로 한 권으로 부족하다.
C++ Indepth Series도 계속 출시되고 있고
관련 기술인 OOP, Design Pattern.
응용 기술인 STL, ACE, Boost 같은 라이브러리도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관련 지식들과 시도와 실수, 커뮤니티, 표준, 성공과 실패가 필요하다.
언어 혼자서 앞서 나갈 수는 없다.
물리학을 예로 들어도 뉴턴의 논문이나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너무 어렵다.
그것을 계속 쉽게 풀어쓰고, 응용하고 이해하고 시도, 분석하는 후속 연구들이
이해를 깊게 하고 쉽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물리학을 배울 때,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논문보다는 파인만의 책을 본다.
(책 - Lecture on physics)
그리고 자신이 속한 팀이 교육과 지식의 전파에 효과적인지도 잘 살펴야 한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과 지식을 잘 설명하는 사람은 별개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남에게 설명은 잘 못하고, 가르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
(파인만은 둘 다 잘하는 특이한 천재다.)
또 어떤 사람은 외부에서 보기는 뛰어난 것 같은 데,
막상 같이 일해보면 노력을 많이 할 뿐 실력은 별로 없는 사람도 있다.
지식이 많은 사람과 지식을 잘 다루는 사람은 다르다.
지식은 정적이지만 지식을 잘 다루는 것은 동적이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암기를 잘 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일은 지식을 잘 다루는 사람이 더 잘한다.
자신에게 적절한 레벨의 책을 고르고,
학습 방법을 터득하고,
좋은 동료와 선배, 후배를 만나고
커뮤니티를 잘 구성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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