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6일 월요일

Apoptosis-세포의 자살 프로그램

PART 1. 세포의 죽음 아포토시스

다세포 생물은 '세포 사회로 형성된 개체'라는 이중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체의 죽음이 한 생명의 멈춤이고 1회적인 데 비해, 세포의 죽음은 개체의 일생을 통 해 부단히 일어나고 있다. 세포의 죽음은 세포 안에 내장된 죽음의 장치가 발동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그 프로그램은 유전자 안에 입력되어 있다. 이른바 자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세포의 죽음은 '아포토시스(apoptosis)', 즉 '자사'라고 불리고 있다.

이제까지 세포사로서 생각되고 있던 '네크로시스(necrosis)',즉 '괴사'는 화상, 허혈, 독물 등의 자극에 일어나는 수동적인 세포의 붕괴 과정이다. 네크로시스의 경우에는 세포가 팽화, 용해하여 내용물이 유출되고, 그 곳에 백혈구가 모여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아포토시스에서는 세포가 축소하고 세포의 표면의미세한 융털이 소실되며, 표면은 평평해진다. 또 핵의 크로마틴이 핵막 주변에 응축하여 단편화되고 세포도 단편화하여 '아포토시스 소체'라 불리는 기름 방울 모양의 작은 조작이 되고, 마크로파지 등의 식세포에게 잡아 먹히는 형태로 변한다. 네크로시스에서 볼 수 있는 염증 반응은 일어나지 않고, 세포는 조용히 소멸되어 간다.

생물은 세포를 과잉 생산했다가 나머지를 소거하는 전략을 세웠다.

다세포 생물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시작하여 증식ㆍ분화하면서 조직을 형성하고 복잡한 기관을 구성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는 실로 많은 세포가 죽는다. 만일 세포사가없었다면 생물은 단순한 세포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의 형성 과정에서는 우선 지아라 불리는 미트(mitt)처럼 생긴 세포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그 후 특정한 시기에 손가락 사이의 세포가 아포토시스를 일으켜 손가락이 형성된다.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일단 조직이 부풀어 오르는 것도, 여분으로 세포증식을 일으켜 상처를 충분히 덮고 나서 나머지 부분을 아포토시스에 의해 소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물은 기본적으로 '세포를 일단 과잉 생산했다가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아포토시스에 의해 소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물은 기본적으로 '세포를 일단 과잉 생산했다가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아포토시스에 의해 소거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포토시스는 발생 과정에서의 몸의 형태 만들기 뿐만 아니라, 성체가 되고 나서도 그 생명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의 체내에서는 정해진 사이클에 따라 낡은 혈액 세포나 간(장) 세포가 아포토시스를 통해 제거되고, 새로운 세포로 치환되고 있다. 아포토시스의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 암이나 자기 면역 질환, 에이즈,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같은 병의 발증 원인이 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암 세포의 특징은 무질서하게 증식하므로 본래의 자신에게 부여된 분화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구역을 이탈하여 여러 장소에서 증식하고, 다양한 조직의 정상 기능을 교란시킨다. 암 세포의 이 비정상적인 증식 능력 뒤에는 아포토시스가 깊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암 세포는 아포토시스를 교묘하게 피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포토시스를 억제하는 유전자 bcl-2가 많이 발현하면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며, 많은 암 관련 유전자가 아포토시스의 제어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해명되어가고 있다.

항암제는 암 세포에 아포토시스를 유발한다.

항암제의 개발은 아포토시스의 연구가 진행되기 전부터 실시되어 왔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모든 항암제가 암 세포에 아포토시스를 유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항암제는 정상 세포에도 거의 같은 정도로 아포토시스를 일으켜 부작용이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포토시스가 제어된 세포의 죽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암의 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아포토시스를 유발하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암의 치료는 이제 암 세포의 증식 능력을 억제하는 일에만 주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암 세포에 결정적으로 아포토시스를 유발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될 것이다.

아포토시스를 잊은 악성 종양 '힐러 세포'

힐러(Hela) 세포는 가장 유명한 인간의 배양 세포주이다. 힐러 세포는 1952년 최초로 대를 이어 배양된 인간의 세포로, 자궁 경부암 환자의 종양 세포를 배양한 것이다. 정상 세포는 50회 정도 분열하면 그 이상 분열하지 않는다. 그러나 힐러 세포는 증식 능력이 매우 강하여 40년 이상이나 계속 배양되고 있다. 힐러 세포는 아포토시스를 완전히 잊어버린 세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포에는 약제로 아포토시스를 유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아포토시스 유전자를 도입하는 등의 유전자 치료를 조합할 필요가 있다.

삶과 죽음은 표리 일체의 관계에 있다.

아포토시스의 생물학적 의의는 두 가지이다. (1)발생의 과정이나 성숙 개체에서 불필요하게 된 세포(잉여 세포나 노화 세포 등)를 제거하는 일. (2)상해를 받아 이상을 초래하고 생체에 해롭게된 세포(암 세포, 바이러스 감염 세포 등)를 배제하는 일이다. 아포토시스의 본질은 세포를 소거함으로써 개체를 통제하는 데에 있다.

생물은 세포에 생긴 이상을 수복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세포의 이상이 지나치게 크면 그것을 수복하기 보다는 오히려 세포를 몽땅 소거하고 새로운 정상 세포를 증식시켜 보충하는 쪽이 보다 높은 안전성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약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DNA에 상처가 난 경우에는 수복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유전 정보에 변화가 남고, 그대로 분열ㆍ증식할 경우 암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상처가 난 DNA를 수복하기보다는 세포를 전부 소거하는 것이다.

아포토시스는 생명의 유지를 위해 생물이 획득해 온, 기본적인 전략이다. 유전자의 소거, 즉 자기 포기가 실은 개체를 구하고 유전자를 살리는 일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유전자 자신은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은 일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PART 2. 아포토시스와 암 생물의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생물의 몸에서 세포는 어떻게 증식하고 어떻게 다른 기능을 가지도록 분화하며 또 어떠한 생리 현상을 일으키는가-이제까지 생물학에서는 이러한 세포의 '삶'의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어 연구해 왔을 뿐, 세포의 '죽음'은 '삶'의 그늘에 가려 잊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본래 세포에는 자발적으로 죽어 가는 메커니즘, 즉 유전자에 의해 억제된 자살 기구가 있다.

살기 위해 필요한 죽음

유전자에 프로그램으로서 입력된 세포사는 '아포토시스(apoptosis)'라고 불린다. 아포토시스는 생물이 살아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죽음이다. 체내에서는 매일 엄청난 수의 세포가 아포토시스로 죽어 가고 있다. 또 급속히 세포수를 늘려 나가는 과정에 있는 배의 발생 시기에도 수많은 세포사가 발생하고 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거나 나비가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태되는 과정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복잡한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난다. 이 변태 과정에서도 불필요해진 기관이 아포토시스로 급속하게 제거된다. 임무를 마친 세포나 비정상세포가 제거되어 생체는 질서 있는 세포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세포는 적절하게 '죽어야 한다.' 생명 활동이 왕성한 것처럼 보이는 몸 안에서는 프로그램에 따라서 죽음이 확실하고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연구를 통해, 아포토시스가 세포증식이나 분화 등과 마찬가지로 세포의 증식이나 분화 등과 마찬가지로 세포의 중요한 기본 기능이고 공통된 메커니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의 프로그램의 이상-암화

암세포가 정상 세포와 가장 다른 점은 그들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데 있다. 암세포는 증식을 계속하여 마침내 개체의 생명을 앗아 간다. 이제까지 암연구는 그 증식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세포의 '불사화'라고도 할 수 있는 암과, 세포의 능동적 '죽음'인 아포토시스는 얼핏 보기에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암유전자나 암억제 유전자의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세포사의 이상과 암과의 밀접한 관계가 밝혀지게 되었다. 암과 아포토시스의 관계는 bcl-2라는 암 유전자를 통해 비로소 밝혀졌다. 이 유전자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의 아포토시스를 억제함으로써 세포의 암화에 작용하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수명이 긴 정상 세포에서의 발현율이 높고, 이러한 세포의 생존을 돕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DNA에 손상을 입은 이상 세포 등에 지나치게 많이 나타나면, 그것이 제거되지 않고 증식하여 암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포토시스 유전자에 대해서는 선충류를 이용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서 14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그 중에서 세포사를 억제하는 ced-9라는 유전자는 bcl-2 유전자와 상동성이 높고, 이 두 유전자에는 공통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암억제 유전자와 아포토시스

암억제 유전자의 하나에 p53유전자가 있다. 사람의 암세포에서는 이 유전자의 결손이나 변이 등의 이상이 높은 비율로 일어나고 있다. 이 유전자가 많은 세포에 아포토시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53유전자를 갖지 않은 쥐는 정상적으로 발생은 하지만 암의 발생률이 매우 높아 수명이 짧다. 그 세포를 조사한 결과 방사선 유발 아포토시스나, DNA에 손상을 입히는 것과 같은 그 밖의 요인으로 유발되는 아포토시스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상세포에서는 p53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DNA가 손상되었을 때에 그것을 회복할 시간을 벌고,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아포토시스로 그 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p53 유전자가 결손되어 있으면 손상된 DNA가 그대로 복제되고, 변이 DNA를 가진 세포가 증식하여 암 등의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아포토시스에는 세포 증식에 관한 유전자도 관여하고 있다. 유전 암호의 판독(전사)인자인 c-myc 유전자는 성장 인자가 충분할 때에는 아포토시스를 일으킨다. 같은 유전자가 세포의 증식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현상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세포의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

세포의 죽음인 아포토시스는 세포 안팎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 이들의 정보는 세포에 의해 다른 경로를 통해 전달된다. 세포의 삶인 세포 증식은 분화와 그 밖의 세포 내 정보를 전달하는 복잡한 정보 전달망을 사용하고 있다. 삶인가 죽음인가의 결정은 정보의 복잡한 교신에 따라 변할 수 이싿. 세포를 불사화시킴으로써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암과 세포를 죽게 함으로써 개체를 살리는 아포토시스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포가 정상적으로 증식하거나 분화하거나 하는 과정을 제어하는 개체는 죽음에 이른다. 세포의 삶과 죽음, 개체의 삶과 죽음은 매우 미묘한 균형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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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도 세포 레벨에서처럼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될 수 있는 모양이다.
회사를 위해 직원들을 명예퇴직, 정리해고 시키고
수요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교육시킨 후 필요한 인재만 뽑고 나머지는 버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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