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6일 일요일

별바라기 관측회

  영월 별마로 천문대로 관측회를 다녀왔다.

  별을 보는 일은 항상 추위와 잠, 피로가 적당히 섞여 있다.

  3~4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이 옷 저 옷 다 입고 별을 본다.

  밤새 별을 봐야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산에 올라가면 엄청 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는 데

  볼 때마다 까먹는 별자리들을 성도에서 다시 찾아보고 기념 사진도 몇 장 찍고 하다보면

  자정 쯤 된다.

  점점 추워지고 별 보는 일보다 어떻게 하면 덜 춥게 버틸 수 있을 지만 생각나고

  컵라면 하나 끓여먹고 나면 더 얼른 산을 내려가고 싶기도 한다.

  다녀 올 때마다 정말 힘들다. 다음에는 안 가야지 하면서 또 간다.

  해가 뜨면 별은 지고 모두를 부시시한 눈을 뜨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주섬주섬 펼쳐둔 카메라, 삼각대, 망원경, 돗자리 등.. 다 챙겨서

  가지고 내려온다.

  다음 날 하루 동안은 정신이 없다. 다들 코를 골면서 이불 속에 들어가 전 날 본 별과 유성들을

  꿈꾸면서 잔다.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다녀온 관측회의 별들이 모여서 추억이 되고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된다.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되고

  고통을 잊어버린 친구들은 또 다시 별을 보러 산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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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10명이 별을 보러 갔는 데. 03학번 후배 민구 1명 빼고는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뭐 항상 하는 햏자들의 언햏을 지껄이면서 농담을 하고

  군대 얘기, 학점 얘기. 항상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지난 번에 본 유성은 얼마나 멋있었는 지. 어느 산의 하늘에 별이 가장 많았는 지.

  나만 휴학생이고 모두 학교 다니는 친구들인데 다들 수동카메라와 삼각대도 하나씩 가져왔다.

  열심히 찍고 있는 데. 나만 빈둥대며 돌아다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도 알게 모르게 많이들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휴학하고 군대간 친구.

  휴학했다가 다시 복학한 친구.

  동아리 안 나오는 친구.

  교환학생으로 유럽, 일본에 간 친구.

  의대 편입 준비하는 친구.

  병역 특례간 친구.

  KAIST 서울 분원으로 오는 친구.

  대학원 가는 친구.

  결혼한 선배.

  여자 친구, 남자 친구가 생긴 후배.

  차를 산 친구..

댓글 3개:

  1. 어제 자정부터 24시간 내내 졸리기만 하다.

    10시간 이상 졸면서 차 타고 간 것 같은 데. 제대로 누워서 자지는 못한듯...

    이제 돌아왔으니 편히 쉬어야지.

    그렇게 고생하면서 가는 여행이라 더 재미있고 친구들과의 추억도 잊히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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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피곤하지 않고 별도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 까?

    캠핑카, 천정이 투명한 자동차, 별이 잘 보이는 곳에서 항상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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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모두 어디로 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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