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5일 일요일

이야기 할아버지, 할머니.

  EBS 같은 프로를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들이 조르면

  옛날 얘기를 해주곤 한다.

  그래서 어린 현성이도 세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옛날 얘기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 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한 번도 옛날 동화를 이야기 해주신 적이 없다.

  일제 시대 배고팠던 얘기만 몇 개 해주셨지.

  호랑이가 담배를 핀다거나 여우가 둔감하거나 그런 얘기는 하나도 없었다.

  뭐 내 나름대로 상상했던 이야기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시골에서는 벽이나 문이 얇고 나무, 풀도 많아서 곤충, 동물도 많이 사니까

  밤에 자다가 깨보면 새소리 곤충소리들이 들린다.

  그리고 유난히 차갑고 상쾌한 바람이 불면 더욱 상상과 회상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불 꺼진 방안에서 1시간 마다 울리는 자명종과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사진들의 희미한 모습도 그렇다.

  천장의 모습도 도시의 천장처럼 완벽한 네모는 아니다. 약간 굴곡이 있고 각도 날카롭지 않고 투박하다.

  오줌 마려운데 나갔다가 옛날 이야기 주인공들을 만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무서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 난 나중에 할아버지 되면 옛날 이야기 많이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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