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9일 일요일

이삿짐 풀기

  이사를 하게 되면 짐을 풀어야 한다.

  내가 포장한 상자이고 내가 쓰던 물건인데도 이삿짐 상자를 뜯는 일이 가끔은 설레기도 하다.

  잊어버렸던 물건을 다시 발견하기도 하고 물건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게 된다.

  또한 이삿짐 풀기는 가장 창의력이 발휘되는 시기이다.

  텅빈 사각형의 방에 내 물건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할 지 결정되는 순간이다.

  일단 물건을 그 위치에 놓게 되면 다음 이사 때까지 그 물건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지 건축 디자이너나 도시 계획처럼 혹은 블럭으로 레고 장난감을 쌓는 것처럼 물건이 하나씩 위치를

  찾아가게 된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동선의 최소화, 3차원적 배치가 고려된다.


  또한 이삿짐 푸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가 있다.

  상자를 깔끔하게 칼로 뜯는 사람. 한시라도 빨리 뜯기 위해 덤비는 사람.

  필요한 물건만 꺼내고 일단 살면서 천천히 정리하는 사람.

  이사 당일날 모든 상자의 모든 물건을 제 위치에 놓고 상자는 숨기는 사람.

  상자를 하나씩 뜯어 정리하고 다음 상자를 뜯는 사람.

  한 번에 모든 상자를 다 여는 사람.

  상자 없이 대충 한 팔에 이것저것 집어서 이사하는 사람.


@@ 이삿짐의 밀도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고 룸메이트로 묶는 방법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수면시간, 흡연 유무와 함께 고려하면 좋을 듯.

댓글 2개:

  1. 기숙사에 살다보니;; 정말, 살아가는 스타일이 가지각색이라는걸 느끼게 되요. 1학년 1학기때는 모두다 기숙사 규율에 별로 벗어나지 않고 무난하게 살던데 이제 머리가 커진 2학년 2학기라고 다들 자신만의 분위기를 창조(?)하고 있어요..ㅋㅋ



    이사 당일날 모든 상자의 모든 물건을 제 위치에 놓고 상자는 숨기는 사람.

    상자를 하나씩 뜯어 정리하고 다음 상자를 뜯는 사람. :: 전 이 유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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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삿짐 포장할 때부터 새심하게 신경쓰나보구나.

    나도 바로 제 위치 놔야 잠이 오지;

    근데 물건이 섞여서 모든 상자를 한 번에 다 뜯게 되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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