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diary를 매일 쓰신다. 내가 아는 것만도 2개인데.
하나는 매년 한 권씩 쓰시는 diary로 어디에 돌아다녔는 지, 거래처는 어디인지.
돈은 얼마나 썼는 지. 그 외 개인적인 계획, 실천이 들어 있는 diary다.
그냥 단순하고 지루한 내용이라 자세히 본 적은 없지만 대충 그렇다.
연말에 파는 내년 diary를 사셔서 항상 쓰시는 데. 집에 쌓여있는 게 30년 분량은 되어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diary는 자동차에 두고 쓰신다.
주유소나 정비소에 들어갈 때마다 기록하시는 일지다.
어느 날 아버지의 차 안에서 한 번 열어 봤는 데. 차를 산 이후로 모든 주유 기록, 엔진 오일 교환,
주행 거리 등.. 자동차를 위해 소모한 모든 자원들이 적혀있다.
아버지는 이런 일을 수십년간 하셨는 데. 지금까지 그리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지금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치밀한 분이시다.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도무지 본인의 꿈이나 현재 하는 일을 얘기를 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알 수도 없고 자식들에게 그런 꼼꼼한 기록을 강요하시는 분도 아닌데.
나도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닮아 있고 많이 배우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성격을 많은 면에서 닮았지만 끈기는 닮지 못한 것 같다.
나도 게시판 같은 곳에 기록을 많이하는 편인데. 아버지처럼 끈기있게 특정 data를 수십년간 기록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그냥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말만 툭툭 쓰고 있는 것 같다.
집에서 나와서 산지도 벌써 6년이 되어 가고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지도 10개월이 다 되었다.
하지만 난 지금도 내가 한 달에 얼마를 쓰는 지 모르겠다.
물론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모두 남지만 아직도 친척 어른들 누군가에게 가끔씩 받는 용돈과
현금으로 결제한 금액들은 기록이 남지 않아서 모르겠다.
나도 아버지처럼 일지를 써봐야겠다. 오늘부터 금전 출납부 써야지.
우리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꼼꼼하고 제일 무섭고 제일 끈기 있는 분이시다.
답글삭제단점은 성격이 급하시고 담배를 많이 피우시고 자식을 교육하실 때 처벌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