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9일 목요일

수학

  오늘 친구가 msn으로 점화식을 하나 풀어달라고 했다.

  대학 1~2학년 때 풀어본 듯한 문제였는 데. 막상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계산하다보니 왠지 2차 방정식 근의 공식, 제곱근, 분수 이런 계산이 필요해서 해봤는 데.

  자꾸 틀렸다. 도저히 풀 수가 없었다. 까먹었다.

  얼마전에는 삼각함수에 도전해 봤는 데. cos, sin, tan 외에 역삼각함수 뭐 이런건 거의 생각이 안 났다.

  한 때는 꽤 잘했고 큰 자랑거리라고 생각했는 데.

  이제는 생각도 안난다. 내가 투자한 그 시간들은 다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걸까?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 단어를 더 외우고 체육을 해서 체력을 기르고

  노래가사를 외워 노래방에서 써먹고 친한 친구와 정답게 우정을 쌓는 데 보냈다면

  지금 더 나은 삶을 살 지 않았을 까?

  잊어버린 수많은 지식들은 단지 과거 성적표 위의 숫자 일뿐. 지금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께서 야간 대학에 들어가셨을 때. 내게 와서 수학, 과학문제를 물어보곤 하셨는 데.

  그 때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과 기분이 나도 지금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뭐든 배우면 기쁘고 했었는 데.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사회, 역사, 국어...

  막상 그게 어디 쓰이냐고 내게 묻는 다면 너무 허무해 지는 것 같다.

  반드시 어딘가에는 쓰이는 곳이 있다고 믿으면서 열심히 했었는 데.

  아무리 애를 써도 머리만 복잡해 질뿐 별로 쓸모가 없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 다.


  지금은 biochemistry를 보고 있는 데. 내가 3년 뒤 bioinformatics를 하지 않고 계속 전산을 하기로 한다면 다시 쓰레기가 되어버릴 내용들이다.

댓글 4개:

  1. 프린스턴 출신의 민경욱 교수님이 그러셨지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책에 어디에 나와있는지 찾기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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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학의 정석 머리말에 보면 왜 수학을 배우는지 친절하게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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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석 책이 없어서 그런데. 거기 뭐라고 적혀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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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충 여러가지 일들을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더 좋다.. 어쩌구 하는 말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 - 거의 상상 - 해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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