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7일 금요일

폭탄주

  어제 팀 회식이 있었다.

  팀장님이 주는 폭탄주 두 잔 먹고 죽었다.

  1시간 동안 술 깨려고 술집 근처 동네를 돌다가

  1시간 동안은 토하고 자고 계속 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숨도 못 쉴 것 같았는 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멀쩡했다.

  나만 죽어가고 있었고 나의 죽음을 그들은 크게 비웃어 주는 것 같았다.

  약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그들은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난 회식이 두렵다. 한 달에 한 번씩 말 잘 듣는 개를 만들기 위해 하는 고문이다.

  '우정', '믿음', '단합'이라는 이름으로 한 잔 씩 돌리는 데. 죽을 맛이다.

  토하다 보니 더 이상 토할 게 남지 않게 됐다. 토하고 싶은 데. 뱃 속에 든 건 다 비워서 더

  토할 수도 없고. 헛구역질만 하면서 몸을 떨었다.

  팀장은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는 다고 그랬다.

  나처럼 그도 당해봐야 하는 데. 그는 절대 그렇게 안 취한단다. 불패신화를 가진 사람이다.

  나만 병신인가보다.

  오늘도 하루 종일 근육이 뭉쳐서 피곤했다.

  사람들이 오늘 나를 보고 '좀비'같다고 그랬다.

  긴장 푸는 법 찾아보면서 이것저것 다 따라해 보는 데도 피로가 안 풀린다.

  취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제 같은 고통은 처음인 것 같다.

  세상에 대한 증오만 쌓여가고 무기력해져가기만 하는 것 같다.


인간 같지가 않다. 다른 짐승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댓글 5개:

  1.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움츠러 드는 것 같다.

    점점 자신감을 잃고 폐인이 되간다.

    공격적으로 변하고 스스로 마음의 문도 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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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두 그런 의미없는 술자리는 돈만 안까울따름이예요....

    하루빨리 그런 음주문화는 사라져야 할텐데...

    그래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많잖아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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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팀원들과의 회식자리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으니까.

    술만 조금 덜 먹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먹고 혼자 기절해서 별로 대화를 못한게 아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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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고생이 많구나..

    힘내렴 현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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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재혁이 형님보다 제가 편한 생활하고 있으니 열심히 살아야죠.

    형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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