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8일 금요일

시험

세상에 시험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까?
시험 덕분에 먹고 사는 학원선생님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남들보다 더 초조해진다.
보통 초조해도 다들 책을 보기 마련인데, 나는 책을 덮어버린다.
그 외에 잠을 더 많이 자는 등, 여러가지 만행을 저지르지만
그게 이 글의 초점은 아니니까 이정도로 소개하고.

신기한 점은 시험 시작 종이 '땡'하고 치면 긴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학교 3학년때까지만 해도 시험이 시작되도 긴장이 너무 심해서
손, 발이 떨리고, 샤프심이 부러지곤 했었다.
요즘도 새 시험은 긴장하지만 모의고사 3번 쯤 보면 적응되서, 긴장이 현격하게 줄어든다.
실전에서 긴장을 줄이는 무의식적 방법이 조금 터득된 모양이다.
(물론 3개월 후에 있을 내 인생 가장 큰 한방짜리 시험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만.)

영화 '세익스피어 인 러브'를 보면 말더듬이 아저씨가 나온다.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 데, 말을 너무 더듬어서 대사연습 리허설에도 쓰지 못할 정도다.
어느날 대체할 배우가 하나도 없어서 결국은 그 사람을 연극에 내보내는 데,
세상 누구보다도 멋지게 연극 나레이션을 해낸다.

가끔은 말이지, 시험 때, 내 자신도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매멘토라서 매번 그 방법을 까먹고 재발견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럴때는 실전도 재미있다.
게으르고 위험한 프로가 되가는 건지, 연습은 점점 안하는 데, 실전에 의존하게 된다.
일이 닥쳐서야 하는 못된 습관이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험들에 대한 나의 자세의 특징은 시험이 끝나면 뭘 풀었는지 바로 까먹는 다는 점이다.
나중에 같은 문제를 풀면 다시 생각나긴하는 데, 아무튼 시험 직후에 물어보면 모른다.
역시나 위의 영화의 말더듬이 아저씨가 연극 때는 말짱하지만 연극이 끝나고 평상시에는 다시 말더듬이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손떨림 증후군 환자 중 일부는 술을 마시면 떨림이 사라지는 데, 그런 것과도 관련이 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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