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9일 수요일

강남역

세기말(1999년 근처) 채팅방 유행어가 "키 170Cm 강남 깔쌈남 번개" 였는 데,
저 문장에서 남자라는 단어와 Cm라는 것을 빼면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아무튼 매일 강남역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사람이 많은 (김밥처럼 터져넘치는) 것은 이미 3년 전에 코엑스 생활을 시작하면서 익숙해졌으나 그래도 여전히 서울친구들과 비교하면 세상 물정 어두운 사람인 것 같다.
경제학이나 생필품 가격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길을 걷는 사람들의 패션감각을 짚는 눈이라든지, 저기 저 여자가 예쁜지, 못 생긴건지, 화장을 한건지, 성형을 한건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한국 강남에서 눈을 굴리는 일반 대중들의 관점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학원 앞에 1억짜리 아우디가 매일 주차되어 있고 길가에 수많은 외제차들이 굴러다닌다는 데, 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사실 나는 대우차랑 BMW를 디자인으로 구별하지 못한다.
앰블렘도 파란색이라서 솔직히 대충보면 비슷하지 않나?
앰블렘은 몇 개 외워서 이제는 Audi, BMW가 다른 앰블렘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겠는 데.
미국/유럽 영화에서 외제차를 너무 많이 봐서 그냥 그런가보다 한걸까?
눈 앞에 예쁜 여자가 지나가고, 멋진 차가 지나가면 모두들 시선이 그 쪽으로 돌아간다는 데, 대화를 해보면 나는 그 순간 그것을 항상 보고 있지 않다.
눈을 굴리는 속도가 둔해서는 아니고 그들이 가진 미적감각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7년째 한국 드라마를 안봐서 그렇게 됐나보다.
박신양/김정은이 나왔다는 '파리의 연인' 같은 걸 봤어야 하는 데.
주몽, 봉달희, 거침없이 하이킥, 하얀거탑.. 이런거 하나도 안 봤네.

댓글 1개:

  1. ...5년째(군대 2년은 뺐다) 서울 생활하고 있는 나도 모른다. 걱정마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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