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7일 목요일

무관심

나는 다정한 사람이 부담스럽다.
누군가가 들이대면 저 멀리 도망가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다.
나만의 사적공간이 넓은 편이라서 뭔가 건드리고 침범하는 게 싫다.

그래서인지 나랑 친한사람들은 대게 무뚝뚝하고 무관심하다.
"밥 먹었니?", "너 아파보인다." 이런 말 별로 안 좋아한다.
사실 체력이 약해서 항상 아파보이는 편이기 때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뭔가 생각하지 않고 인사치레로 반사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것들도 싫고
대화의 소재가 내 자신이 되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대중앞에 벗겨지는 게 부담이 된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라는 질문이 대답하기 제일 어렵다.
과연 지난 인생을 반성하고 어떤 창의적 논술답안을 제출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1,000자 이내로 논하시오."와 같은 질문으로 들린다.

반면에 나는 남에게 무관심하지 않다.
하지만 남이 내게 좀 무관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관심한 척 하는 경우가 많다.
잠재적으로 내 주변 사람은 나의 심층적 관찰대상이기 때문에 꽤 자세히 뜯어본다. 동물학자에 의해 제작된 '동물의 왕국' 다큐멭터리처럼.

지나친 관심과 참견은 인간의 본성이라기보다는 문명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뿐이다. 나는 그게 맘에 안 드는 거구.
사람들의 관심을 피할 수 있다면 저 멀리 어디까지라도 도망칠 수 있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타국이라든지, 달나라나 화성쯤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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