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9일 수요일

분류학(taxonomy)

요즘 생물학 중에서 분류학 수업을 듣는 데,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 '우주에서 제일 지루한 과목'이다.
린네(Linne, Carolus Linaeus) 사마께서 생물 삼라만상의 이름을 다 붙이시고
생물분류법이라고 부르셨다. 그것도 라틴어로 부쳐놨다.
조폭 과목인 영어, 독어의 두목언어인 라틴어.

분류학을 공부하면서 생각해보니, 2년 전 이맘때까지 나는 검색엔진을 만들고 있었다. 그 때 읽어뒀던 도서관학(서지학, 문헌정보학) 책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야후의 directory 분류와 구글의 keyword 검색, pagerank 등..
정보를 어떻게 분류할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물보다 더 일반적인 정보를 말이다.

거기서 좀 더 위로위로 거슬러가니,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나와버렸다.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이름 외우는 것만으로도 짜증나서 덮어버렸었는 데 말이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헤겔, 칸트, 데모크리토스, 스피노자, 피타고라스, 토마스 아퀴나스 ...)
놀라운 점은 요즘 다시 읽어보니 그것들이 이해가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이다.

몰랐는 데, Programming Language(PL), Database(DB) 같은 과목들에서 들었던 내용들이 모두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화를 기술적(공학적)으로 구현한 것들이었다.
그런 도구들을 4년간 썼으니, 당연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들이 쉽게 와닿을 수 밖에 없지.

동물, 식물 이름 붙이고 외우는 게, 왜 철학의 영역까지 승화되는 지 깨닫게 됐다.
Computer scientist와 생물학자들이 고민하던 내용들이 이미 2,000년 전에 철학자들이 고민하던 문제들의 연장일 뿐이었구나.
전산학자들이 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들이 아니라 많은 형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천문학자 칼세이건씨가 인류는 우주의 외로운 존재는 아닐꺼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지.)

Automata 시간에도 교수님께서 2가지 의미 심장한 말을 하셨는 데,
첫번째는 '학이지명명' (학문은 이름을 붙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 분류학은 생물의 이름을 붙이는 학문이다.)
두번째는 '아마도 인공지능(AI)이나 전산학의 많은 문제들은 전산학이 아니라 인문학에서 먼저 풀지도 모른다.'라고 하셨는 데, 철학자들이 당연히 훨씬 앞서가고 있다. 철학은 만학(모든 학문)의 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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